연하연애
우메다 미카 지음, 오세웅 옮김 / 북애비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게 있다면 자신의 사랑을 유지하는 일, 즉 "연애" 일 것이다.
올바른 연애의 정답은 없고 나이가 많다고 좀 더 능숙한 것도 아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면 모두에게 똑같이 기회가 온다는 말과도 같지만, 연애를 하는 사람의 취향, 성격, 직업, 나이 등등에 따라 그 기회를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회가 와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연하연애보다 보통 '연상연하커플' 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책 제목이 약간 낯선데, 나만 그런건지 원래 이렇게 쓰는 말인지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의미가 조금 궁금하다.
아무튼 제목만 봐도 한눈에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가능한 <연하연애> 이 책은 성격도 직업도, 나이도 생활의 차이도 모두 다른 세 여자의 좌충우돌 연애이야기다. 그냥 연애도 아닌 모두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연하의 남자친구를 사귀는 이야기다.
 
아사코는 12년 동안 근무하던 출판사에서 외국인 투자 IT 벤처기업인 'NEXT' 로 옮긴 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웹사이트 관리를 총괄하는 콘텐츠 기획부 과장이다. 현재 36살로 보통의 남성들보다 일처리도 확실하고 성격도 화통해서 남자같은 기질이 좀 있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이후 그녀는 더 승진을 하는데 그래도 자신의 인생에서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이다. 그런 그녀에게 여덟살이나 어린 부하직원 노부유키가 다가오는데, 과연 그는 그녀의 부족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을까?
 
그때는 그저 행선지를 향해 앞만 보고 터벅터벅 걸었을 뿐인데, 과거든 미래의 무엇이든 눈부신 빛깔로 칠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2
 
아사코보다 9개월 늦게 태어났다고 35살이라 우기는 미나코는 아사코에겐 연애의 고수라 불리는 매력적인 30대 싱글녀이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감 넘쳐보이는 그녀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으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 사키를 물론 사랑하지만, 혹시나 아이로 인해 이제 다시는 제대로된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고민한다. 그런 그녀에게 3년 전, 헤어졌던 자신의 인생의 유일한 연하남이었던 에이타를 다시 만나게 되고, 청혼까지 받게 되는데, 아직 온전한 직업도 없는 그와의 미래가 아직은 두렵기도 하고 자신의 딸까지 책임지려는 그가 듬직하기도 하다.
 
난 지금 고독하지는 않은데 자유가 없어. 앞으로 맘 편히 혼자 외국에 가는 건 평생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 p.14
 
아사코와 미나코보다 다섯살 어린 미호는 언제나 자기 일에 똑부러지고 현명해 두 언니들에게 사랑을 받지만 연애운은 불운해서 4년이나 아내있는 직장상사와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고 프랑스 유학을 떠난다. 이야기는 미호의 송별파티로 시작하는데, 이때 농담조로 분위기를 밝게 하려던 언니들의 연애 농담이 후에 실현된다.    
 
서른 넘은 나이에 직장도 없고 남자 친구도 없고, 게다가 저축해 놓은 돈도 바닥났고, 실패한 인생이지요. - p.13
 
이 책을 단순히 연상연하 커플이 요즘 대세라서 등장한 책이라고 가벼히 여겨서는 안된다.
요즘 유행하는 다양한 연애방식은 물론 ㅡ국제연애, 연상연하 커플 등ㅡ 그에 따른 변화된 남성,여성의 가치관이나 그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과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정말 실감나게, 그야말로 현대 남녀관계에 대한 관점을 명쾌하고 유쾌하게 잘 표현된 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들의 대화를 통해서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읽였다.
어쩌면 내가 여자이고 이 책의 저자나 책 속 이야기의 주체가 모두 여성이기 때문에 더 공감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여성적 입장의 책이라곤 하지만, 이는 여성의 심리를 좀 더 알기 쉽게 쓰여졌다는 뜻이지 결코 여성쪽의 입장만을 편들어준다든가, 일방적으로 남성의 입장을 깍아내리지는 않았다. 공평하게 두 입장을 보여주며 중립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야기속 세 커플의 이런저런 다툼의 상황과 그 혹은 그녀들의 생각을 읽으며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찾아, 나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지 비교해보며 읽어본다면 참 좋겠다. 더불어 좀 더 개방적이고 이해심이 많은 독자라면 상대방의 입장을 좀 더 잘 알 수 있게 되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연하연애를 즐겨야 하는 시기가 혹시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성공한 여성들만이 할 수 있는 연애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니까 책 속에서 딸 사키를 홀로 키우고 있는 미나코가 이제 화려한 사랑의 시기는 끝난것이 아닐까 고민하는 것처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고민 아닌 고민을 아주 잠깐 해보았다. 책 속 세 여성이 모두 30대고 성공하거나 자기 주장이 확실한 여성들이었던 탓도 있고, 얼마전 모처럼 친구들과 만났을 때 옆자리에 앉았던 어린 남자분들 대화속에서도 '누나 친구들과 사귀면 돈이 안들어서 좋지 않나' 하는 아주 단순하고 약간은 어이없는 이야기를 본의아니게 듣게 된 탓도 있다. 하지만 뭐 굳이 나이를 먼저 따져보고 사랑을 하지는 말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이나 그와 관련된 서로의 환경차이로 인한 그 이후에 생길 여러 문제들부터 걱정하는 타입이라면 굳이 권하지는 않겠지만, 어떤 연애든 문제없는 커플은 없다는 걸 상기시키고 싶다.
 
보통의 연애소설처럼 한없이 몽상적이거나 판타스틱하지 않고, 적당히 해피엔딩이고 매우 현실적인 결말이 참 맘에 든다. 특히 어느정도 각자의 상상에 맡기는 결말이 참 맘에 든다. 이후 연하부부로 속편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혹은 이번엔 좀 더 미호의 이야기로 치중한다던가 하는 식의 이야기도 좋겠다. 아무튼 이 책에서 미호는 유학을 가서 다른 주인공들보단 분량이 적었으니 말이다^^ 그녀의 유학시절 연애담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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