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앵무새 루이지토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여주인공 안셀마는 퇴직한 여교사로 남편도 죽고 자식들도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버리고 혼자 쓸쓸히 살고 있는 노부인이다.
그녀는 매일매일 무기력하게 단지 죽어가는 삶을 살아가다가 어느날 밤, 쓰레기통 속에서 아름다운 무지개빛 털을 가진 앵무새 한 마리를 주워오게 된다.
아무 생각없이 그리한 것인데, 안셀마는 앵무새에게 과거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루이지타의 이름을 따서 '루이지토' 라 이름까지 붙여주게 되고, 루이지토와 점점 친해지면서 행복했던 과거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아름다움과 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즐거워했던 친구 루이지타를.
 
우리가 바라야 할 삶은 어떤 걸까? 죽을 때 침대에서, '어쨌든 놀라운 모험이었어' 라고 말하는 삶? 아니면 '이건 혹시 거짓된 삶 아니었을까?' 라고 후회하는 삶? '신비가 없는 삶' ㅡ 그리고 신비와 마주할 의지가 없는 삶 ㅡ 은 끝도 없이 지루하기만 한 사막 같지 않을까? - p.18
 
우리가 원숭이랑 다른 건 바로 그런 쓸모없는 시가 있기 때문이잖아. 그 사실을 상기시켜주려고 시가 있는 건지도 몰라. 아름다움은 무엇에 쓰일까? 자비심은 무엇에 쓰일까? 자연의 조화는? 인간에게 진짜 중요한 것들은 정말이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 p.19
 
난 내 인생이 형태를 갖기 전의 유리처럼 유연하면서도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어! - p.19
 
행복한 생활을 꿈꾸며 안셀마는 결혼을 하지만 결국엔 늦게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남편에게 속아왔다는 것을.
나는 그녀의 남편 잔카를로가 시와 아름다움에 대해 하나도 모르면서 아는 척한 것을 깨닫자 매우 화가났다.
그리고 그걸 알고나서도 그렇게 오래 잔카를로와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던 안셀마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녀는 남편에게 부당하게 취급받고 부당하게 학교에서 물러났으며 자식들이 그녀를 대하는 모습도 매우 형식적이다.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삶을 살던 안셀마는 계속 생각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바랬지만 결국엔 시든 꽃처럼 죽어버렸다고 생각한 친구 루이지타와 자신이 원하던 삶이 관연 무엇인지...
그렇게 계속 삶과 아름다움에 생각하는 그녀가 나보다 훨씬 멋지고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너랑 같이 있으면 다양한 풍경이 그려진 그림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져. 난 전체 풍경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넌 그 풍경 속 먼 산에 피어 있는 파란색 꽃을 볼 수 있게 해준다니까. - p.84
 
안셀마가 조금 늦게 깨달은 것 뿐이지, 사실 그녀의 친구 루이지타에게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다고 생각되었던 것은 바로 안셀마의 행복과 안셀마와의 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안셀마는 루이지타를 자신의 태양이요, 빛이요, 아름다움이라 생각했겠지만 루이지타 또한 안셀마가 그런 존재였으리라고 믿는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나에게도 이런 존재로 존재하는 한 친구가 생각나서 매우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안셀마처럼 나도 평생 그녀와의 우정을 소중히 생각할꺼라 다짐했다.
 
앵무새 루이지토가 안셀마에게 애교도 부리고, "고맙습니다" 나 "안셀마, 내 보물" 이런 말들을 배우고 안셀마가 좋아하던 음악을 함께 즐기던 장면은 참 감동적이라 아직도 계속 생각이 난다.
안셀마의 죽어있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준 마법을 부린 것은 사실은 앵무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왠지 자꾸만 나도 루이지토 같은 앵무새를 키워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이 책 속 앵무새 루이지토와 안셀마의 우정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말이다.
 
이 책은 끊임없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삶이란 어떤 건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계속 생각하고 반성하게 하는 아름다운 말들로 가득하다. 흔히들 꿈만으론 살 수 없다고들 말한다. 삶은 현실이지, 이상이 아니라고...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그런 삶이 과연 즐거운 것인지. 딱 한번뿐인 인생인데 그렇게 획일화된 삶만으로 과연 좋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편안하게 이성적인 삶과 즐겁고 살아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삶. 이 둘의 조화를 알려줄 마법의 앵무새가 내게도 정말 필요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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