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이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저자 다니카와 슌타로 씨 이력을 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애니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엔딩곡인 "세계의약속" 이라는 곡을 작곡하셨다고 해서 노래를 찾아 들어보았다. 연주되는 악기가 매우 단순해서 여성분 목소리가 잘 들렸는데 뭐랄까 무언가 웅장하면서 편안한 느낌이었다. 4월의 봄의 들판이 생각나는... 하울의 세계 속 성이 걸어다니던 그 들판... 영원한 약속, 추억... 역시 시인답게 가사는 매우 시적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뭐랄까 심심하거나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갈때 아무데나 펼치고 읽기 시작해도 되는 그런 책이다.
온갖 연령대의 사람들이 정말 희한한 질문부터 철학적인 질문까지.. 정말 어떻게 저런 질문을 생각했지? 하는 질문부터 무슨 질문이 이래? 하고 생각되는 질문도 있다. 이 모든 어찌보면 굉장히 곤란한 질문에 다니카와 씨는 대부분은 굉장히 시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혹은 적당한 유머로 멋진 답변을 해주지만 한두개는 좀 이상한 답변도 있었다.
두서없이 어떻게든 내 관심을 끌었던 질문과 답변을 골라보았다.
질문01. 자동차,비행기 말고 미래엔 어떤 걸 타게 될까요? 라는 질문에
구름을 타는 것도 좋고, 바람을 타는 것도 좋고, 소리를 타는 것도 좋고, 기분에 올라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p.15) 나
질문25. 러시아워 통근,통학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요? (p.72)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시적이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답들은
질문03. 대부분의 생명체가 좌우대칭인 이유는?
질문30. 혼자노는게 좋은데 왜 선생님은 자꾸 친구들과 놀라고 하는지 알수 없는 4살 유의 질문
질문52. 잠을 잘 때 꾸는 꿈과 꿈이 이루어진다고 할 때의 꿈이 왜 같은 한자냐고 물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셋 다 정말 진지하게 납득이 갈만하게 답을 생각해 말해주는 그 과정이 참 좋았다.
단 한마디로 깔끔하게 답변을 준 질문63. 우주인이 정말로 있을까요? 의 그 명쾌한 답변이라니...쿡
그러나 질문07. 왜 좋아하는 마음은 없어질까요? 에 대한 대답으로 인간은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이기에 다른 존재를 필요로 합니다. (중략)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본연의 심성 속에 인간 사회의 기본 구조가 있을 것입니다. 사랑에는 우정도 동료애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p.27)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적당하지 않아보인다.
꿈을 이어서 꾸는 방법? (p.103) 이건 나도 좀 도전해봐야겠다. 5세 수준에 맞춘 대답이긴 하지만 2번째 방법은 그나마 실행가능성이 보인다. 적당주의에 대한 반성적 질문에 대한 대답 중 '아무래도 좋아!' 라는 말 대신에 '일단 휴식!' 을 권해주신 것도 참 좋았다. (p.131) 그리고 다니카와 씨가 개인적으로 절대 거짓말로 답하는 질문이란게 "애인있어요?" 라니... 묘한 공통점 발견! 나 또한 애매모호 비슷하게 항상 "비밀!" 이라고 답하니까.
나는 이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질문들을 크게 5개 (마지막은 하나니까 빼고) 부분으로 나누어 엮을 수 있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작가의 말이 있었는데 그 글 제목이 "이웃의 마음을 이해하길 바라며" 였다.
최근 연속해서 읽는 책들에서 자꾸 비슷한 점을 발견하는데 이번에도 그래서 좀 신기했다.
이 책 바로 전에 읽은 책이 와카타케 나나미 씨의 "네탓이야" 라는 책이었는데, 그 책은 사소한 행동이나 말이 불러오는 이웃의 악의에 대한 미스터리 책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읽은 책의 저자가 "이웃의 마음을 이해해달라니.." 이것도 찬 신기한 우연이라면 우연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책 중간중간 나온 그림이 굉장히 맘에 들었다. 아기자기한게 귀엽고 따뜻한 느낌이었는데 다니카와 씨 처럼 계속 연재되는 싸이트가 나와있어서 다음그림도 기대된다. 다음에 다니카와 씨가 질문상자2를 또 같이 내셨으면 좋겠다. 지금도 계속 질문을 받고 계시다니까 말이다. 언젠가 나도 뭔가 재미있으면서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후훗.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