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
쥘 르나르 지음, 연숙진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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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이 불쾌하면서도 이상한 기분은 뭐지?
학대받는 아이의 이야기치고는 <홍당무> 는 약간 이상한 책이다.
과장되고 왜곡되고 그렇지만 그 당시 시대상을 잘 반영한 홍당무 이야기는.. 뭐랄까 내가 생각한 학대받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쩔 때는 분명히 홍당무가 불쌍하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이해가 안되기도 하는 이 모순된 감정...
읽는 동안 내내.. '이게 무슨..' '도대체...' '어떻게 이런...' '오! 맙소사' 이같은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며 읽었다
 
홍당무는 못생겼다.
저자의 설명으론 그러하다. 그래도 단순히 못생겼기 때문에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무언갈 열심히 해도 칭찬보다는 꾸중을 더 많이 받는 홍당무.
어두운 밤에 용기를 내어 닭장 문을 닫고 돌아왔더니 앞으로 계속 닭장 문 닫는 일을 하라는 어머니,
형의 실수로 형의 곡괭이에 이마를 찧어 아파도 오히려 형을 기절시켰다고 혼나고 형이나 누나의 놀림이 되는건 너무 흔한 일이다.
그렇게 가정에서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라다보니 동물들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선생님에 대한 애정을 비뚤어지게 표현하기도한다.
글쎄, 그렇더라도 왜 이렇게 안타깝다는 기분보다는 구역질나는 기분이 드는지..
홍당무에게 사과를 해야하나. 그의 말대로 비극이 너무 희화화되고 과장되다 보니 그저 허탈한 웃음만 날만큼 익숙해져 그런가보다.
이렇게 익숙해지는 건 별로 좋은 일은 아닌데 말이다.
 
"야! 이 더러운 녀석아, 네가 뭘 먹은 줄 알고나 있니? 어젯밤 네가 싼 거라고."
"그런 것 같았어요." 홍당무는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실, 홍당무는 이미 그런 일에 익숙해 있었다. 뭔가에 익숙해지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법이다.
- p.24
 
자녀들을 사랑하지만 바빠서 신경을 써줄 수가 없고 조금은 어처구니없는 아버지...
아버지와 홍당무가 주고받은 편지글이 중간에 나오는데 뭐랄까.. 이 아버지는..
엄청난 유머감각의 소유자라고 해야할지, 다분히 현실도피적인건지...
아무튼 뭔갈 해주고는 싶은데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는 것은 확실한 듯 하다.
 
식사내내 조용한 분위기로 하녀마저 당황하게 만들고, 사냥과 일로 밖에만 돌아다니는 아버지
그가 마지막에 홍당무에게 현실과 행복에 대해 충고해 주는 부분은 그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 것도 있겠고
그냥 현실에 수긍하고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홍당무도 어찌보면 그런 상황에 적응하고
아버지의 현실순응적 기질을 조금은 이어받은것 같다. 마지막에 변화시키려는 시도? 어떻게 될지는 이제 아무도 모르겠지.
다 자란 홍당무가 궁금하기도 하다. 과연 홍당무는 그가 바라던 행복을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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