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다 - 신화 속에 감추어진 기이한 사랑의 이야기들
최복현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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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신의 형상을 본떠 인간을 만들었다고 했던가..
 
이 책에도 그렇게 인간을 만들어낸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미리 앞을 내다보다' 라는 뜻을 가진 프로메테우스는 예언의 신으로 티탄 신족 이아페토스의 아들이다.
그는 올림푸스의 12신들과 티탄 신족들의 전쟁이 일어났을 때 올림푸스 12신들의 편에 서서 싸워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냈다.
그 후 그는 진흙으로 신의 형상을 빌려 인간을 빚어내었는데 프로메테우스가 그럴듯한 피조물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
최고신 제우스는 질투를 하게 되어 프로메테우스와 인간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게 된다.
최고신인 제우스가 질투라니...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나중에 제우스는
아내인 여신 헤라를 두고 끊임없이 아름다운 인간여자들과 바람을 피운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왜 인간을 만들어낸 신이 올림푸스 최고신인 제우스가 아니고
올림푸스와 대적하던 티탄 신족 중, 올림푸스 신들의 편에 선 티탄족인 프로메테우스일까?
그리고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을 도왔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위해 제우스의 불을 훔쳤다는 이유로
(나중에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가 독수리를 죽이기 전까지) 산채로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히는 벌까지 받는다.
 
제우스는 어쩌면 자신은 완벽한 최고신이기 때문에 더이상 무언갈 창조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종족을 버리고 올림푸스 신을 택함으로써 자신에게 결여된 무언가를 충족시킬 대상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쩌면 외로웠을 수도 있고, 일말의 죄책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올림푸스 신들에게 속하고 싶은 갈망이 그에게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만든 인간때문에 제우스 신에게조차 미움을 받는다.
그런 그의 갈망이 인간에게 전해져 인간들은 항상 신을 찾고 신처럼 되고자 갈망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뒤바뀐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왔고
다윈의 진화론이나 성서의 일주일간의 천지창조 등 많은 탄생에 대한 신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전해온다.
이 책에 나오는 그리스 신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신을 닮은 게 아니라 우리를 닮은 신들의 이야기를 창조해낸 것이다!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를 믿음으로써 우리는 우리 존재의 가치를 발견한다.
 
이 책에는 우리가 한번쯤은 읽어본 듯한 신들의 19가지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다.
애증과 질투 속에 처참하게 끝나는 사랑이야기도 있고, 순수하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들도 있다.
우리들처럼 사랑하고 질투하고, 또 배신하는 신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이 우리네와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인다.
이는 신들을 격하하는게 아니라 우리와 좀 더 친숙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매미로 변한 티토노스나 아폴론을 거절한 이유로 저주를 받은 시빌레와 카산드라, 그리고 제우스의 바람기로
그의 아내 헤라에게 저주를 받은 사람들 이야기는 완벽해야할 신들도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신들의 질투는 인간들보다 더 끔찍하고 더 잔인하다. 그리고 우리만큼 어리석은 일들도 많이 저지른다.
신화 속의 사랑이야기는 아름답게 표현되어 재미있지만 사실 그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다.
조카와 결혼을 한다던가, 아버지의 원수를 사랑한다던가, 어머니와 결혼하고 혹은 오빠와 결혼한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들 말이다.
나는 어둠의 군주 하데스의 부인이 된 페르세포네의 아버지가 그녀의 어머니 데메테르의 남동생인 제우스인줄 몰랐다.
또한 트로이전쟁을 일으킨 세 여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어리석은 논쟁부터 시작해서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에 대한 이야기는
몇번이나 읽어도 결코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트로이가 함락된 후 메넬라오스와 헬레네는 다시 남은 생애를 함께 했다.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를 보자 메넬라오스는 차마 그녀의 배신을 벌할 수가 없었다.
남자란 존재는 아름다운 여자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인지, 그 또한
'여자의 과거는 용서할 수 있어도 못생긴 건 용서할 수 없다' 는 요즘 말처럼 그녀를 다시금 아내로 받아들였다.
 - p.97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여러 수많은 신화들 중,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신화 중에 하나이다.
이는 수많은 책들과 영화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수많은 영웅담이나 신들의 특별한 능력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우리네와 별로 다를바 없는 사랑과 이별을 겪는 신들의 모습에 친숙함을 느껴서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러 이야기 중 특별히 신들의 사랑이야기만을 모아 놓은 이 책 속에는 여기저기 아름다운 여러 삽화들도 있어,
이야기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나는 앞쪽에 있는 아름다운 삽화 중 포도주를 마시는 어린 디오니소스 의 몽롱한 표정이  
앞으로 읽게 될 변덕스럽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신들의 사랑을 잘 표현하는 그림처럼 보였다.
 
일단, 익숙하고 흥미롭고 재미있다, 한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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