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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효, 세상에 감성을 입히다 - 옷 짓는 남자의 패션라이프 스토리
장광효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2월
평점 :
디자이너의 책이라고 해서 패션에 대한 조금은 어려운 책일까 해서 조금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책을 펼쳤다.
옷, 스타일에 대해 조금은 배울 점이 있을까 싶어 택한 책이긴 했지만 나는 패션에 대해 엄청 무지한 사람이기 때문에
스타일에 대한 어려운 용어들이 난무하면 알아듣지 못할 경우가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옷이 아닌 글로써 만나는 디자이너 '장쌤' 에 대한 기대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걱정에 비해 책은 너무도 쉽게 읽혔다.
이 책은 패션에 대한 이야기보단 '장광효' 라는 한 사람의 삶과 인생관, 그 분의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부분은 시간순으로 나열된 이야기 속에 가끔은 그 분에게 영향을 끼친 중요한 지인이나 사건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그 분의 패션에 대한 정열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이전까지 내가 아는 장광효 선생님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인기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 에서 빨간스카프 아주머니를 짝사랑하는
조금 엉뚱한 디자이너 연기자 '장쌤' 이었지만, 이 책을 통해 본래의 유능한 디자이너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흔히들 성공한 사람이 대부분 그렇듯 그 역시 항상 탄탄대로의 성공의 길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그 또한 사업이 부도가 나서 지하사무실에서 몇 년간 고생한 적도 있고, 그동안 소중히 보관해오던 앤틱가구들을 화재로 잃기도 했다.
좌절에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그가 다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난을 극복하는 방법이었다.
고통을 낙관적으로 받아들이고 다음 성장을 위한 준비라고 받아들이고 겸손해져라
이것이 그가 실패를 통해 배운 귀중한 지식이다.
책에서도 하는 말이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기란 정말 쉽지 않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앞으로 그 길에서 그 자신이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장광효 선생님은 누구도 가지 않았던 남성복 디자이너로의 길을 얼마나 힘들게 닦아놓았는지 알 수 있다.
요즘은 어딜 가도 멋들어진 남자들이 많다. 나도 여자인 나보다 더 신경써 옷을 입는 남자들을 많이 봐왔다.
지금은 남자도 패션에 신경쓰는게 당연하고 여성복만큼 옷감과 색상이 다양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장광효 라는 한 선구적 디자이너의 노력이 있었다.
마지막은 한국에서 디자이너로서 성공하기 어려운 점을 외국과 비교하며 토로하며 그 아쉬움과 함께
한국 패션의 발전을 바라며 끝을 맺고 있다.
서구적 패션을 무조건 신봉하기 보다는 논리적으로 서구의 패션과 감각을 존중하는 이유와 함께
우리나라의 고유미의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그의 모습은
화려한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소박한 일상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다.
책을 읽기 전 디자이너란 나와는 굉장히 먼 곳에서 살아가는 일반사람과는 다른, 별세계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 보게된 평소의 일반적인 생활 모습이나 무대에서의 모습,
옷을 만드는데 고뇌하는 그 모습들에 대해 알게되자 그 생경한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성공한 사람으로서의 자신감과 여유가 느껴지는 글들 읽다보면 조금은 '뭐 이런 잘난척이 다 있어'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분의 이력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만큼 '최초'를 이루어낸 사람이라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장광효 선생님의 이런 점은 또다른 매력이었다.
이런 솔직함은 작은 따옴표 안에 그의 속마음을 전하는 글의 표현력도 한 몫 했다.
장광효 선생님의 솔직한 삶과 패션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내 꿈은 디자이너는 비록 아닐지라도
삶에 있어서 어느 한 부분에 몰입하고 즐기는 법을 조금은 알 수 있게 된 듯 하다.
디자인이란 떠오르는대로 한 번에 휙 그리는 게 아니다.
문화적 비평이며, 문화의 형태를 말하는 일이고 사회, 정치, 걍제적 삶의 실화 소설이다. - p.30
파리지앵의 멋의 비밀을 알아냈다. 멋스러움의 비밀은 다름 아닌 '스타일'이었다.
살아 있는, 생기 넘치는 바로 그 '스타일' 에 있었다. (중략) '패션은 그저 하나의 동떨어진 개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커다란 문화 안에 담긴 많은 의미를 옷이라는 매개를 통하여 표출해내는 것이구나.' - p.42~43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버리는, 즉 자기 파괴 과정이 있어야 한다.
기존에 이룬 성과에 안주하다 보면 새로운 도전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 p.60
나이가 들어서 세상의 이치를 조금씩 이해하고 마음이 넓어지는 것은 좋으나
매사에 크게 좋거나 싫은 것이 하나 둘 없어지는 것은, 때로 안타깝고 눈물겹다.
(중략) 나는 여행을 하면서 국제적인 스타일이 따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은 한 땀씩 동시에 떠가는 '스타일의 레이스' 다. 그 레이스가 겹겹이 모여서 세계가 이루어진다. - p.115~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