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공중그네>, <면장선거> 등에서 유쾌한 의사 이라부로 웃음을 주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책이라 많은 기대로 책을 폈다.
물론 이번 책에도 역시 그의 해학적이고 유쾌한 면이 드러난다.
그의 글을 읽으면 즐겁기도 하지만 역시나 좋은건 곳곳에 그가 유쾌하고 혁신적인 사람이라는 점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물론 글로서 한사람을 평가하는 건 성급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나는 믿는다.
 
이번 책 <마돈나> 에는 5개의 단편이 나온다.
 
첫번째 마돈나에서는 정기 인사이동으로 영업3과에 새로 들어온 신입 구라타 도모미에게 과장인 오기노 하루히코가 반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과장인 하루히코는 결혼도 했고 이미 마흔 살도 넘은 중년아저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고 상냥하고 착한 부하직원에게 반한 하루히코는 하루하루 그녀에 대한 상상으로 즐거워하기도 하고,
다른 부하직원인 야마구치에게 질투를 느껴 상사로서의 권리를 이용해 견제를 하기도 한다.
부하 여직원에 대한 상상, 참 엉큼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그가 참 어이없고, 철없는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자칫하면 바람으로 번질 수도 있는 일을 참 재미나게 대응하던 그의 아내가 참 멋지다.
 
두번째 이야기 댄스에서는 꿈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날 영업4과 과장인 요시오는 아들 슌스케가 춤을 추느라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자신도 예전에 음악에 대한 꿈을 가진 적이 있으면서도 현실에 안주하며 사느라 자신의 꿈같은건 잊어버리고
아들의 결정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
게다가 회사에서도 회사와 타협하지 않고 자기만의 페이스를 지키는 독불장군 동기 아사노 때문에도 고민이다.
승진이나 상사에게 아부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아사노.
요시오는 그런 아사노를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부러워한다.
 
모험하지 않는 인간은 모험하는 사람이 밉다. 자유를 선택하지 않은 인간은 자유가 밉다. - p. 132
 
"넌, 참 멋지다." 위스키를 단숨에 마시며 요시오가 중얼거렸다. "한 마리 늑대처럼 유유히 잘 살고 있으니까."
"그렇지 않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할 뿐이야." 아사노가 조용하게 말했다.
(중략) "출세할 가망이 없는 사람들끼리는 사이가 좋은 법이야." (중략)
"춤추지 않는 사람도, 한 명쯤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
- p.144
 
첫번째와 두번째 모두 역시 남자들의 갈등답게 그 해결 방법으로 역시 결투가 이루어진다.
그 화해 과정이 참 단순무식하면서도 엉뚱해서 웃음이 난다.
 
세번째 이야기는 총무는 마누라 라는 우스운 제목의 이야기다.
과장후보로 내정되어 있는 히로시는 회사관례대로 치열한 영업부에서 2년간 총무부 제4과장의 일을 맡게 된다.
그곳에서 회사의 이익이 아닌 총무부의 쌈지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고 이를 개혁하고자 한다.
글을 읽다보면 누가 나쁜지를 따지기 보다는
은근히 남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히로시의 맘을 돌리기 위해 어떠한 행동도 서슴치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쓰러워서 정말이지 눈물겹도록 우습기만 하다.
 
적어도 마누라와 총무는 적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하잖아요. - p.177
 
유럽 공장을 만든 매니저는 접대비를 물 쓰듯 쓰고, 마침내는 파리 사교계에 이름을 날리게까지 되었다.
그 사람이 현재의 상무다. 돈을 쓰는 방법이 문제인 것이다. 이는 그 사람의 그릇 크기를 말해준다.
반대로 지금의 총무부는 뭔가. 작은 개인 상점과 결탁하여, 사소한 부를 착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부정까지도 쩨쩨하다. 나는 이 쩨쩨함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 p.193
 
"능력 없는 놈들은 집에서 걸레질이나 해라, 밖에서 일하는 것은 나 같은 유능한 인간들이다,
그렇게 정해버리는 것이 능력주의자야. 바로 당신 같은 사람."
- p.216
 
4번째 이야기는 유능한 개혁적인 여자 보스와 구닥다리 세대로 밀려난 시게노리라는 부하직원의 충돌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시게노리가 무조건 여자라고 보스의 말에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미소와 여유있는 태도를 잃지않는 여자 보스, 그녀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무언가 께름직한 시게노리.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보스의 비밀, 여기서 그는 슬며시 미소를 짓는데, 과연 그녀의 비밀은 무엇일까?
 
요코는 결코 쌀쌀맞은 느낌은 아니었다. 사람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고, 입가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거리낌 없이, 예스와 노를 확실하게 말한다. 그런데 위화감이 있었다. 요컨대 빈틈이 없는 것이다.
 - p.246~247
 
마지막 다섯뻔째 이야기는 토지개발회사의 골칫거리 '미나토파크' 를 부흥시키는 프로젝트를 맡고있는 노부히사의 이야기다.
그는 나름대로 그곳이 조용한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회사 방침 때문에 성과를 보이기 위해 일을 하던 중
매일 조용한 미나토파크 내의 휴식공간 파티오에서 독서를 즐기는 노인을 만난다.
그리고 그 노인과 아버지의 모습이 겹치면서 언제부터인가 그 노인을 신경쓰게 된다.
'미나토파크' 의 부흥이벤트로 시행한 바자회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전보다 북적해지는데는 성공했지만 사라진 노인.
노인은 어떻게 된 걸까?
 
또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텃밭을 빼앗기려 하고 있다. 노인의 즐거움을 너무나도 간단히.
(중략) 그런 것이다. 아버지는 불평을 할 권리도 없다. 그리고 오효이 씨도. 세상이 이래도 좋은 것인가.
노인에게는 기득권이 있는 것이다. 오래 살아온 인간의, 그곳에 있어도 좋은 권리
- p.349
 
나는 아직 사회 경험이 많지 않아서 아직 그런 갈등들이 직접적으로 느껴지거나 어떠한 것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각 이야기마다 저마다 생각할 거리가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딱히 모든걸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직장이나 사회에서의 여러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웃음을 주는 그만의 유머가 좋다.
개인적으로 나는 두번째와 다섯번째 이야기가 특히 따뜻하고 좋았다.
다른 사람들도 재미있고 따뜻한 이야기가 가득한 그의 이야기에 빠져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