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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침묵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2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가이도 다케루의 추리 소설이 또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미스테리물로 콤비를 이뤄 사건을 풀이하는 그 과정이 특이하고 재미있는
가이도 다케루만의 의학 스릴러다.
전작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도 그렇지만 그의 추리소설 책이 재미있는 점의 하나는
태평한 주인공 다구치의 곤란한 상황이랄까
내 취향이 특이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의아니게 사건의 중심에 휘말려
미간을 찌푸린채 '곤란해'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도 어쩔 수 없이 사건에 참여하고
풀이하는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사실 나는 이번 책을 무지무지 기다려왔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지루하다는 평이 많아서
조금 걱정스러운 맘으로 책을 펼쳤었다.
그러나 초반,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헷갈려하며 앞으로 몇번이나 되돌아가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오히려 앞부분의 캐릭터들의 설명과 앞으로 일어날 사건이 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가.
그리고 뒤에 일어날 일들의 복선이 되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나름 추리가 맞아가는 기쁨도 느끼고
사건의 당위성과 동정심도 느끼면서 더 이해가 되어 좋았다.
내가 조금 곤혹스러웠던 부분은 어려운 의학용어들과 터크(talk) 기법들에 대한 분석을 하는 대화부분이었다.
의학용어들은 사건과 별로 관련이 없어서인지 설명되어 있지 않은 것들이 많았고
터크기법들에 대한 토론 부분은 지루했다.
주제와 직접적 연관이 없더라도 따로 주석이나 해석을 달았더라면 좋았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학서적이 아니니까 그냥 넘어간다는 식으로 그냥 모르는 부분들은 건너뛰고 읽게 되다보니
글을 읽는 것에 집중력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다.
또 하나!
가릉빈가, 제6의 감각, 그러니까 공감각... 사요의 노래를 듣는 사람은
사요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영화처럼 생생하게 보게 되는 장면들은 너무 급작스럽게
다가오는 기분이 들어서 감정이 몰입되기 힘들었다.
어렸을 적 사요가 노래를 배우기는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갑자기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르는 사요의 그 감동의 순간을 공감하기엔 조금 충분치가 않았다는 생각이다.
그런 감정적 교류부분의 조금 미흡한 집중도만 제외한다면 너무너무 재밌고 특이한 주제의 미스테리물이 아닌가 싶다.
읽다보면 알겠지만 전작도 그렇고 사건이 발생하고 추리하는 과정 중에도 저자가 관심있어 하는
현대 의료 현장에서의 문제점들도 자연스레 제시해주고 관심을 갖어주길 촉구하고 있다.
p.25에서 다구치가 야근을 서면서 임상연수제도의 잘못된 개선으로
대학의 인사 사이클이 무너지고 대학병원의 위신이 떨어진 일들을 생각하는 장면이나,
p.84에서 소아과를 냉대하는 잘못된 관료시스템의로
의료현장에 해학과 혼란이 가중된다고 생각하는 마유미 조교수의 한숨이 그 예이다.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심각한 주제의 이 미스테리 책에도 '여러 유머들이 숨어있다!' 는 것이다.
수술을 거부하던 14세 소년 미즈토는 아버지에게 학대당한다는 사실 때문에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다.
이런 그의 맘을 치료하고 수술을 받게 하기 위해 미즈토 및 4명의 소년,소녀를 다구치에게 부탁하게 된다.
이 때 다구치와 아이들은 일 대 일로 15분간씩 대화를 하게 되는데 이 대화가 참 재미있다.
약간 어벙한 다구치도 재밌지만 어린아이들이 말하고 있는 인기 만화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이지
요즘 사회를 비틀어 꼬집어 말하고 있어서 재미있다
알콜중독자에, 공금횡령에 온갖 비겁한 일은 다 저질러도 지구의 영웅인 바카스와
항상 옳은 말로 남을 언짢게 하고 통제를 흐트러트린다는 이유로 매번 바카스에게 당하는 시트론성인
이 둘을 옹호하는 각자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참 씁씁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그렇다
미스테리물이니까 당연히 잔인하게 살해되는 시체가 나오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다 읽은 지금 기억나는 것은, 노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가슴 속에, 미즈토의 가슴 속에 남고 싶어하는 사요와
백혈병으로 결국 죽어버린 소녀 유키가 남긴 말이다.
"난 읽고 싶은 책이 많아. 가보고 싶었던 곳도 많고, 보고 싶은 영화, 듣고 싶은 음악, 만나고 싶은 사람...(중략)
선물이란 자기가 가장 아끼는 것을 소중한 사람에게 주는 거야." - p.467
*오타
p.73 첫째줄 : 오쿠데라 류사부로 교수의
처음 등장인물 소개에는 오쿠데라 료자부로 교수라고 적혀있어요.
발음상의 문제일 수 있지만, 생소한 일본이름이니만큼 헷갈리지 않게 통일성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