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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도둑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사실 나는 처음부터 이 책을 읽을 생각은 아니었다.
<월하의 연인> 이란 책을 빌려온다는 것이 같은 작가라는 데에 착각을 하고는 이 책을 덥석 집어온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해서야 전에 한번 읽었던 책인것에 의아해 했으나
곧 내가 책을 잘못 가져온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짜피 오래 전에 읽어 결망들이 기억도 안나는 터라 끝까지 읽으리라 마음먹었다.
처음 '수국꽃정사' 를 읽을때만해도 은은하게 아름답게 묘사된 사랑이야기임에도 묘하게 슬퍼서
읽기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으나 점점 읽어갈수록 작가의 색다른 이야기들의 매력에 푹 빠져서 나머지는 정말 단숨에 읽었다.
사실 이 책을 다시 읽고나서야 월하의 연인을 온전히 읽어야겠다는 다짐이 굳게 들었다.
그전에는 기억나지 않았던 작가와 단편이라 조금 망설였던 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단편들은 끝이 허무할때가 많아서 단편집을 고를때는 무척 신중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사다 지로의 단편에는 특별한 맛이 있다.
상투적인 소재를 다루는 듯하면서도 그 묘사력이 너무 아름답고 표현력이 뛰어나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처음 두 편은 내용이 약간 어려운 듯도 하지만 나머지 이야기들은 정말 재미나게 읽힌다.
특히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제목의 단편인 '장미도둑' 은 매우 유쾌하다.
이 글은 어린 소년이 바다에 나가있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글로만 되어있는데
어머니와 첫사랑 소녀의 어머니와 닉 이라는 선생님에 대한 삼각관계를 소년만 끝까지 모른채 천역덕스럽게 이야기는 계속된다.
나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이 헛똑똑이 소년의 글이 너무 유쾌했다.
또 '히나마츠리' 편에서는 어쩌면 요즘에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감동적이게 표현된 가족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도 그렇게 순수하게 어머니와 그리고 어머니의 남자친구를 아끼는 소녀의 마음에는 무척이나 감동해 버렸다.
마지막 편은 정말이지 유쾌하기 짝이 없다.
나의 어머니에게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평소엔 용납하기 힘들었다해도 왠지 이젠 웃고 넘길 수 있을 것만 같다.
책 속 6편의 단편은 거의 대부분 희망적인 결말로 글을 끝내고 있다.
물론 삶의 모든 일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절망의 나락 속에서도
항상 희망과 웃음이 있다는 진리를 작가는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