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미술이야기 1 - 미술이 태어난 날
조승연.앤드스튜디오 지음 / 세미콜론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예술에 대해 설명되어 진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나에겐 무척 새롭게 다가온 책이었다.
나는 예술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고 사실과 비슷하게 그린 그림만 좋아하고
대체로 작품에 대한 평은 '아름답다.' 거나 혹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 편협한 시각만을 가져왔었다.
 
이 책은 허구의 인물인 카테리나 라는 소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마치 소설을 읽듯이
아주 쉽고 재미있게 서양 예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의 부흥에 대해
미술과 건축, 당시 사회와 문화 그리고 역사까지 폭넓은 지식을
그림과 함께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예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흥미를 갖게 하고 있다. 
 
그저 돌이나 다듬고 환쟁이라 치부되어 천하게 여겨지던 석공들이
어떻게하여 예술가로 존경받게 되었는지를 알게되자
역시 그저 무언가 탄생하기까지 그저 아름답게 짠 하고 생겨나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정치적 싸움에 휘말려 이용당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예술가들의 피의 역사 위에
그렇게 아름다운 예술이 탄생하게 되었다니..
그저 새롭고 발전적인 문화운동인 줄만 알았던 르네상스에 이런 이야기가 숨겨 있는 줄은 몰랐다.
덕분에 많은 아름다운 예술을 보게 된 나는 호사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가끔은 비운의 젊은 화가 마사초나 재미있는 표정의 따뜻한 그림을 그리던 필리포 리피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련해진다.
 
책 속에는 르네상스 초기의 많은 예술가가 나온다.
재벌 메디치를 중심으로 그 후원을 받았던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와 조각가 도나텔로
그 친구들인 마사초와 마솔리노, 우첼로, 기베르티 그리고 수도승 예술가였던 필리포 리피와 프라 안젤리코 등
모두들 나름대로 독특한 화법으로 그 당시 예술을 발전시켰으나
그 중 나는 선지자같은 생각으로 그 친구들의 지도자같던 브루넬레스키의 생각과 작품들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특히 내가 평소 좋아하던 피렌체 대성당의 마지막 건축 책임자였던 사실도 알게 되어 좋았다.
 
이 피렌체 대성당이 완공에 이르기까지의 연대표가 나온 부분이 있는데,
나름대로 이 책이 여러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느낀 점은
연대표 설명에도 작지만 재미있는 유머를 끼워넣었다는 점이다.
 
1294. 아르놀포 디 캄비오 라는 길고 외우기 힘든 이름의 건축가가 건설을 시작한다. - p.113
 
하지만 나는 이 연대표에서 두가지 이해가 안되는 점이 생겼는데
하나는 조토 디 본도네 라는 분의 사망시기였다. 연대표에서는 그가 1337년 사망했다고 적혀있지만
앞서 p.22 에서는 1375년이라고 되어있어서 동명의 다른 사람인지 지금도 헷갈리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조토가 성당 건축 책임자로 임명된 년도가 1334년이라고 표시된 점이다.
그의 출생년도 역시 앞에 나온대로 치면 1315년인데 그렇다면 그는 19살에 건축책임자가 되었다는건데
그 당시엔 아무리 어린 나이부터 어른대접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명성있는 화가나 건축가만이 성당 건축을 맡을 수 있어서
브루넬레스키도 오랜동안 명성을 떨치기 위해 노력했었는데
조토는 그 나이에 벌써 무슨 일로 그렇게 명성을 떨쳤었는지 조금 의아했다.
 
감동을 받았던 문구는 바로 예술의 부흥을 도운 메디치 사장의 말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빛을 보았던 위대한 메디치, 비록 그가 가끔은 맘에 안들때도 있었으나
결국엔 그의 말처럼 "코시모가 없이는 피렌체가 없었다" 라고 생각하기에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성공하는 자는 운명을 믿지 않는 법이야, 모든 것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 - p.31
 
그리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그림들은
필리포 리피의 바르바도리 제단 장식 <성모마리아와 천사와 성인군자들> p.314
프라 안젤리코의 <루브르 성모대관식> p.219 그림이었다.
이 두 그림은 모두 색감이 화려하지만 아주 따뜻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준다. 정말 아름답다.
나는 이 당시 유행하던 파리의 화려한 고딕 양식이나 로마의 부흥을 갈망하며 로마양식을 추구하던 예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 접한 작품들과 설명들은 확실히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내가 좋아하는 쪽을 따지자면 브루넬레스키의 <죄없는 자의 쉼터> p.120 같은 로마 양식의 단순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이랄까.
 
아무튼 나는 이후 카테리나와 지노, 그들의 아들 구이도는 어떻게 되는지, 브루넬레스키와 도나텔로 친구들의 다음이야기
그리고 목표를 이룬 메디치는 어떻게 되는지, 이후 얼마나 더 멋진 예술가들이 나오는지 궁금해서
다음 책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주제를 가장 명확하게 하는 레온 알베르티의 말을 적으며 이 글을 마칠까한다.
 
"신은 세계를 창조했고, 인간을 당신의 형상대로 만드시면서 인간에게도 창의성이라는 힘을 주셨지요.
인간이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힘은 신의 능력과 가장 가까운 것입니다.
그런 창조에 일생을 바치는 선생님은 노동자가 아니라 예술가입니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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