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을 안고 튀어라 J 미스터리 클럽 1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권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을 읽으면 주인공들의 출신지나 사는곳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온다.
집이나 고향에 대한 애착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인들이 더 큰듯 하다.
이 책에도 초반부에는 주인공 캐릭터들을 설명하느라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역시나 그들이 사는 곳이나 고향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또 건물에 대한 묘사는 아주 탁월한 듯 하다.
 
이 책은 초반, 적지않은 주인공들 (자그마치 6명이다. 그외에도 여러 조직들의 이름들이 나온다) 에 대한
설명에 대해 조금만 견디면 대단히 몰입을 가져다 주는 작품이다.
나는 도대체 이들이 언제 금괴를 훔치러 갈까.. 계속 궁금해하며 책을 보았는데
나중에는 이들이 점차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다.
자그마치 8월부터 세운 계획은 12월이 되어서야 끝이 난다.
자, 우리 모두 그들의 끈기와 열정에 박수를~!!!
 
나는 초반부터 범죄자가 주인공인 소설은 처음 접해보는 듯하다.
이들은 범죄자지만 저마다의 일상에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사실 딱히 그들이 나쁜 범죄자들이라는 인상은 많이 받지 못했다.
그들이 심지어 살인을 저질렀을때도 너무나 금방 지나가 버리는 일상에 나는 많이 무덤덤하게 책을 읽은 것 같다.
오히려 그들에게 나쁜 일이 생겼을때 나는 많이 걱정하며 읽었다.
역시 아무리 나빠도 주인공이라 그런것일까?
 
이 책의 각기 다른 6명은 저마다 약간씩 비뚤어진 인물들이다.
아내와 아이가 있는 행복한 가정의 가장, 기타가와, 하지만 그는 이 모든 일을 꾸미는 대장격의 인물이다.
어둠과 분노를 품고사는 고다와 나이가 젤 어리지만 어딘가 위태로운 기타가와의 동생 하루키,
허영심과 자부심 강한 플레이보이지만 어쩐지 자신을 비하하는 일을 즐기는 듯한 노다
그리고 어딘가 비밀스러운 영감, 마지막으로 고다와 제일 마음이 통하지만 후에 어떤 사건에 발단이 되는 비극적인 인물인 모모..
 
내가 가장 관심있는 인물은 고다였는데
이 책의 줄거리가 고다를 중심으로 서술되기도 하지만, 모든 인간관계가 고다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항상 입버릇처럼 고다는 말한다
인간없는 땅으로 가겠다고...
그런 고다를 보고 하루키는 그가 언제나 붕 떠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이 책의 표지에 보면 붕 떠있는 사람 그림이 있는데.. 그가 고다일까?
 
"사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미타 은행의 10억엔어치 금괴도, 모모도, 구니시마도 사소하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거대한 수마의 어둠에 비하면, 그 어둠 저편에 있는 인간이 없는 땅에 비하면..." - p.175
 
현실에 미련이 없고 인간없는 땅에 가고 싶다고 입버릇 처럼 말하는 그지만
사실은 가장 외로움이 많고 인간에게로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은 고다 같다.
 
"뭔가 한방 날리고 확 끝장내고 싶어" - 하루키
"전에는 나도 단절돼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이런저런 것들을 질질 끌면서 어떻게 살아갈까를 생각하고 있지.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끌고 갈 수 있을까"
‥‥‥ "그렇다고 해서 버릴 것도 없는게 인생이야. 어디론가 자신을 이끌고 가지 않으면 안돼." - 고다
- p.169
 
어쩌면 어린시절의 그의 분노가 그에게 이 땅을 떠나라고 종용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 일에 몰두한다.
그럴수록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것은 고다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개월간의 그들의 끈질긴 노력, 그리고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들... 그들은 과연 그 어둠과 분노를 뚫고 금괴를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
중반부터 이어지는 그들의 치밀한 계획들은 마지막까지 나를 단숨에 이끌었다.
단 하나, 내 머리가 나빠서인지 남,북 공작원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 캐릭터의 중요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부분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책 전체를 이해하기엔 부족함이 없었지만 내 자신에게 조금 아쉬웠다.
 
단순 절도범이 아닌 각기 다른 것을 품고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조금은 어둡지만 멋진 소설이었던 것 같다
 
"부딪쳐 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가 있지. 그럴땐 부딪쳐 볼 수 밖에 없어.
한 걸음 디뎌 보고 아무 일도 없으면 한 걸을 더 나아가는 거지.
뭔가 있을 것 같으면 뒤로 물러나고, 그더라 보면 배신자의 꼬리도 잡힐꺼야."- 모모
- p.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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