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이곳저곳을 헤매다 어느날 우연히 어느 분의 읽고싶은 책 목록에서 이 책을 만났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계속 기억을 하다가 오랜만에 간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정말 행운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선택해 읽어서 말이다.
굉장히 뭐랄까,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다섯편이 담겨있었다.
 
사실 매 편의 이야기마다 죽음이 담겨있는 이야기에서 따뜻함을 발견하다니 조금 의아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
모든 이야기를 읽고나서야 제목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의 주제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는 두번째 '기도하는 등불' 이야기같다.
 
'높은 곳에서 야경을 내려다볼 때,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저 자그마한 불빛 하나하나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사소하지만 그래도 소중한 생활이 깃들어 있다는, 그런 생각을 말이야.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곧 두 갈래로 난뉘게 돼.'
'그 사소한 생활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저주하는 사람도 있어.'
'나는...기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사년전, 유산을 경험하고 또다시 친구 '유령'(본명: 하야마 미사토) 이를 잃은 뒤, 동생 마유코가 하는 마지막 말이다.
 
그렇다
이 책에선 매 이야기마다 저주하는 사람, 즉 삶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택한 사람들,
그리고 기도하는 사람, 삶이 힘들고 또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움을 간직한채 앞으로를 살아가는 사람. 이렇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나온다.
 
'죽음' 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녀는 그녀의 세계 속에서 아저씨를 사랑했어. 거기에는 거짓이 없었겠지.
그렇지 않아? 아저씨도 아저씨 세계 속에서만 그녀를 사랑한 거고,
거기에 거짓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야.
그녀의 세계 속에 있던 아저씨가 아저씨 자신이 아니었다 해도,
그리고 아저씨 세계 속에 있던 그녀가 그녀 자신이 아니었다 해도,
그 누구도 나쁘다곤 말할 수 없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아저씨가 죽는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죽는다는 것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
 
'혼자서 죽는 건 정말이지 하나도 무섭지 않아.'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1년에 한 번이라도 좋아. 1분이라도, 아니 1초라도 좋아.
내가 죽은 뒤, 살아 있을 적 내 모습을 살아 있는 누군가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
그게 그렇게 사치스러운 소원이니? 죽는 순간, '자, 이제 끝이야.' 이렇게 된다면 너무 쓸쓸할 것 같아서......'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면서도 멀게만 느껴졌던 이들은 이미 자살을 한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충분히 고통받는 삶을 살았고 더 이상 어떠한 희망도 없었기에 자살을 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은 이들은 남겨진 자들에게 죽지 말라고 한다.
그들은 어쩌면 원할지도 모른다. 누군가 자신을 기억해주길...
그래서 그렇게 남아있는 자들에게 자신들의 부재를 남기고 떠나간다.
남겨진 사람들은 괴롭지만 떠난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게 된다.
도저히 살 수 없어 죽음을 택한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남겨진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는 것이다.
 
나도 가끔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막내고모를 생각한다.
그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그립고 슬퍼지지만, 그들을 생각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적이 있다면 읽어보면 좋은 책같다.
누군가를 추억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소중한 것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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