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출신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요한나 마르치...그녀가 연주한 무반주 파르티타의 중고 Lp(초반)는 많은 애호가들에게 꿈의 음반으로 알려져있다. 얼마전 '싸인'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잠시 등장했다.(뇌물로^^;;)  

마르치의 음반이 희귀하고, 중고 마저도 대단히 비싼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은, 그녀가 활동하던 당시 영향력이 매우 컸던 EMI의 프로듀서가, 은밀하고 사적인 제안을 했고 그것이 그녀로부터 거절되면서 이후 녹음된 음반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정을 들었는데... 

자본은 예술의 단물,쓴물을 쪽쪽 빠는데, 오히려 예술은 매번 자본에게 빚지는 처지가 되어버린다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된다. 아무튼...흑백사진으로 보는 마르치의 얼굴은 고전적인 여성미가 느껴지는데, 어쩌면 그녀의 외모와도 꼭 닮은 것처럼 느껴지는 연주를 음미하듯 듣는다. 우아하고 여유로운...과장이 없이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그녀의 천성이 아닐까 싶은 여성성이 전이되는듯, 뾰족했던 내 마음의 선도 동그래지는것 같다.

 

본능에 의한 제안이라고 보아야할것이다. 그 제안으로부터 자신의 고귀함(그 고귀함이 음반의 희귀함에 일조했을것이다.)을 보호하고자 했던 마르치의 결정 역시 본능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무척이나 희귀해진 그녀의 음반에 큰돈을 아끼지 않는 구매자의 심리도 본능..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는 동물들의 행동양식이,인류와 얼마나 흡사한지.. 어쩌면 인류가 만들어가는 문화적,사회적 행동들은 오히려 동물들로부터 답습되어 온것이 아닌지 의문을 던진다. 배우자 잘만나서 신분 상승한뒤 고개가 꼿꼿해지는 누군가, 현모양처를 옆에두고 다른 여자와 몰래 만나다가 결국 아내를 버리고 멀리 도망가는 누군가... 주변 사람 얘기가 아니라 로렌츠가 소개하는 갈가마귀들의 이야기다. 인간과 너무 닮아서 웃음이 난다.  

오로지 본능에 맡겨진 삶을 사는 동물들의 모습에서 인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무언가를 발견할때, 우리가 지극히 이성적인 것으로 여겼던 행동들도 결국엔 매우 본능적인 반응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 여자와 다를바 없이 '푸른 박새' 암컷은 생존력이 높고,유전적으로도 우수할것으로 보이는 수컷을 자신의 남편으로 받아들이길 원한다. 그런데 고심 끝에 짝을 맺은 자신의 남편이 사회적 지위가 낮은 경우, 남편보다 높은 지위의 수컷과 혼외교미가 일어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남편의 유전적 자질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서운 여자들^^;; 

또한 암컷이 좋은 수컷을 고를때에는 건강과 외모의 수려함뿐 아니라, 구애 춤의 격렬함이나 기발함, 구애 행동이 자신에게 얼마나 어필하는 지를 단서로 삼는 동물도 많다고 하니... 이래저래 수컷들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능력도 따라줘야 하고 구애에 성공하려면 암컷을 감동시키는 센스와 독창성도 필요한 셈이니...  이런 동물들의 모든 행동과 반응들이 자연의 한 조각이라고 한다면, 인간들이 지지고 볶으며 사는 모양인들 동일한 자연의 한조각이 아니랄수 있을까...  

자연의 한 조각, 그 조각에서도 먼지만큼의 존재감을 차지하고 있을 나는, 겨울 내내 추위에 시달리느라 빠져나간 기력을 그나마 보존하겠다는 본능인듯 '아무 것도 하기 싫어!' 병에 좀 찌들어 있었는데, 이제...단 하루가 지나면 3월. 그동안 많이 웅크리고 있었으니 이제 봄과 같이 고개를 활짝 들어봐야겠다는 나름의 다짐을 해본다. 젖은 솜처럼 늘어진 마음도 맑은 햇빛과 신선한 바람에 말려가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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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1 16: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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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2 2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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