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안의 모든 기운을 소진한듯 지치는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오도카니 앉거나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기운이 다시 차오를 때를 기다린다.

힘들때 생각나는 성경말씀의 한 구절처럼, 지난밤 수차례 반복해 들었던 음악처럼...차오르는 기운의 촉매가 되어주는 도서들.

 

 

 

 

 

 

 

고흐의 꾸준함,그리고 그런 꾸준함의 뒷면과 같은 나약함은 나같은 사람에게 너무 큰 위로, 고마운 마음이 된다. [언젠가는...]이라고 그가 믿었던 것들을 100여년이 지난 뒤의 내가 우연히 발견하게 될때면 더욱 그렇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은 이렇게 상황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겨울이 지독하게 추우면 여름이 오든 말든 상관하고 싶지 않을때가 있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압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냉혹한 날씨는 결국 끝나게 되어있고, 화창한 아침이 찾아오면 바람이 바뀌면서 해빙기가 올 것이다.  
나의 최종목표가 뭐냐고 너는 묻고 싶겠지. 초벌 그림이 스케치가 되고 스케치가 유화가 되듯, 최초의 모호한 생각을 다듬어 감에 따라 그 목표는 더 명확해질 것이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성취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네 영혼 안에도 거대한 불길이 치솟고 있는 지도 모르지. 그러나 누구도 그 불을 쬐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볼수 있는 것이라곤 굴뚝에서 나오는 가녀린 연기뿐이거든. 그러니 그냥 가버릴 수 밖에.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힘을 다해 내부의 불을 지키면서, 누군가 그 불 옆에 와서 앉았다가 계속 머무르게 될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려야할까? (그렇게 하려면 얼마나 끈질겨야 할까!) 믿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빠르든 늦든 오고야 말 그때를 기다리겠지.    
   

 

 

 

 

 

  

 

 올바른 수신인은 아니지만, 꼭 고흐에게, 그리고 나에게 향해 있는 것 같은 릴케의 편지.      

나는 내가 할수 있는 한 당신에게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당신의 가슴속에 풀리지 않은 채로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인내심을 갖고 대하라는 것과 그 문제들 자체를 굳게 닫힌 방이나 지극히 낯선 말로 적힌 책처럼 사랑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당장 해답을 구하려 들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당신은 아직 그 해답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이 궁금한 문제들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십시오. 그러면 먼 어느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해답 속에 들어와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가슴속에 삶을 특별히 행복하고 순수하게 짓고 만들어 나갈수 있는 가능성을 배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쪽을 향해 매진하십시오. 그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커다란 신뢰로 맞아들이도록 하세요. 그것들이 당신의 의지에서 나올때, 즉 당신의 내면의 어떤 욕구에서 나올 때에는 그것들을 미워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십시오.  

편지를 끝맺는 그의 따뜻한 한마디.                                                                  

나의 모든 소망들은 당신을 동행할 각오가 되어 있고, 나의 신뢰는 당신과 함께 합니다.

++  

나를 동행할 각오가 되어있는 타인의 소망, 나와 함께하는 타인의 신뢰.                                   

오늘도 고마워진다. 믿고 기다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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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2 21: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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