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Vol.1+2 박스세트 Fullscreen Edition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로비 콜트레인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해리포터 시리즈는 확실히 대박을 터뜨린 책이다. 월셋방을 전전하던 가난한 이혼녀 조앤 롤링은 이제 엘리자베스 영국여왕마저 제치고 영국 제1의 여성 갑부가 되었다. 이 시리즈는 수십 개국에 수십 개 언어로 번역되어 수백만의 독자를 거느린 새로운 대작으로 자리매김 했다. 인기있는 책은 영화화한다는 기본적인 법칙에 따라 이 책 또한 영화화되었다. 그러나 영화관에서 만난 해리포터는 책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느끼기에는 무언가가 부족했다.

책과 영화는 다른 법이다. 책에서는 두 페이지에 걸쳐 소개되는 주변 묘사도 영화에서는 그렇게 오랫동안 - 두 페이지를 읽을 시간 동안 - 소개하고 있을 틈이 없다. 기껏해야 몇 초, 그 시간 안에 책을 읽었을 때 받을만한 그 느낌을 보여주어야 한다. 책에서 주인공의 의도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해도 영화에서 표현하는 방법은 그와 다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러닝타임이 120분에서 길어야 180분에 끝나야 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책과는 다른 시간상의 제약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책의 요약본이 될 수는 없다. 요약본은 어디까지나 요약본일 뿐이다. 영화는 요약본이 아니라 그 전부여야 한다. 영화를 보고 해리포터를 이해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영화화하기 위해서는 각색이 필요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책으로도 영화로도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두 작품을 비교해보면 기본 줄거리와 중요한 장면들은 확실히 일치하지만 그 외의 장면들은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거나, 아니면 내용이 바뀌어 있다. 책과 영화가 이야기와 감동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를 뿐 아니라 - 책은 상상력에 의존하지만 영화는 시각과 청각에 의존 - 영화는 시간상의 제약을 받고, 그런 가운데에서도 책과 같은 완전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리 포터 시리즈는 그 각색에서 실패한 작품이다.(적어도 1, 2편은 그렇다. 3편은 그런 점에서 이전의 작품에 비해 훨씬 발전했다.)

한 가지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론과 헤르미온느, 해리가 마법사 체스와 맞닥뜨리게 된다. 누군가는 체스를 두어야 하고 누군가는 말이 되어야 하는 그 상황에서 론과 헤르미온느는 주저없이 말이 된다. 말이 되면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행동이 쉽게 나올 수 있을까? 해리를 믿기 때문에라고 해도, 그건 해리가 주인공이니까라는 치졸한 변명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것에 대한 설명이라곤 기껏해야 론과 해리가 체스를 두는 한 장면 뿐이다. 책에서는 그러한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이미 그 전에 복선을 깔아두고 있다. 휴일 내내 호그와트에서 론과 해리가 마법사 체스를 두었고 해리는 마법사 체스에서만은 매우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책에서는 이러한 설명이 복선으로 작용했지만, 영화에서는 이러한 설명이 그 상황을 납득시키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사실 필사적이지도 않다)

영화는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을 담고 싶어한다. 그 결과 모든 사건에 짧은 시간만 배분할 수 밖에 없었다. 해리포터(영화)에는 이야기 진행의 필연성이 결여되어 있다. 필요한 것은 복선이지만, 실제로 있는 것은 변명이다. 왜 그렇게 행동하는데? 라는 질문에 그래서 5분 전에 1분짜리 복선을 보여줬잖아 라고 얘기하는 것이 영화다. 모든 내용을 포함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것에 시간을 제대로 할애하지 못한 게 1편이다. 해리포터 1편은 특히나 상상하던 책의 내용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사실 이외에는 별반 볼 가치가 없는 영화이다. 책을 보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도 또 상상을 필요로 했다. 대충 훑고 지나가는 내용에서 '아 책은 이렇게 이렇게 설명했었지'라면서 말이다. 영화는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가 만들어진 이상 그 영화는 독립적인 작품이다. 영화 자신이 책에 의존해서야 그건 독립적인 작품이 될 수 없다. 그러나 1편과 2편은 책에 대한 의존이 너무 심하다. 그런 까닭에 해리포터 1편과 2편을 좋은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책과 함께라면 혹시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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