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S.E - 스펙트럼 인기외화 할인20선
윌리암 프레드킨 외 감독, 사무엘 잭슨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영화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낸 바 있다. 무장 민간 시위대의 공격에 맞서 대사 가족을 구출하고, 급기야 시위대에 발포를 해 83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칠더스 대령의 명령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아닌가를 판가름하는 - 좀 더 정확히는 그가 무죄라고 입증하려 하는 - 것이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교전 수칙이다. 대충 말하자면 민간인을 상대할 때의 교전 수칙 정도 될까나. 사격받기 전에 사격하지 말 것. 사격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상대의 응사를 종식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무력만을 사용할 것. 뭐 대충 이런 내용들 되겠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교전 수칙이 아니라 제목에 적어놓은 바 있는 Deadly Force이다. 이건 말 그대로 사람을 사살할 수 있는 힘이다. (정당방위나 자위권 발동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며, 실제 미군은 어떠한 경우에 사람을 사살해도 되는지에 대해서 교육받는다) Deadly Force란 상대를 죽이지 않고서는 자신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또는 군사 작전의 성공적인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그 상대를 사살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Deadly Force야 작전을 수행하는 미군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싶겠지만 실제로 군인이 민간인을 사살할 수 있는 힘을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똑같은 상황을 놓고 Deadly Force를 행사하느냐 마느냐 하는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미군을 눈 앞에 만났느냐에 따라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영화는 예맨 대사 구출작전 과정에서의 Deadly Force가 발동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전에 베트남전의 얘기도 대충 낑겨 넣고,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내용들을 계속 나열하면서 칠더스 대령의 무죄를 입증하려 한다. 베트남전에서 군사작전을 위해 포로를 사살한 것 - 포로 사살 및 포로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심문하는 것은 제네바 협정 위반이다 - 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시에 미군 일부가 월맹 비정규군으로부터 전멸당하는 장면을 같이 끼워넣었으며, 이어서 대사관 주변 안전 확보 및 대사 구출이라는 임무가 부여되었을 때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Deadly Force가 발동된 것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예멘은 엄연한 독립국이다. 따라서 대사관저는 치외법권지역이나 대사관저를 둘러싼 나머지 땅은 모두 예멘의 영토이다. 따라서 시위대의 행동을 막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엄연히 예멘 정부에 있다. 경찰이 하든, 경찰이 못 하겠으면 군대가 하든간에 시위대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예멘 정부에 있지, 예멘 정부가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대충 미군 해병대가 가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그러다가 대사가 잡혀서 죽어버리면? 그럼 그 때가서 외교 분쟁이 발생한다. 예멘 정부가 치안을 보장 못 하니 미군을 주둔시키겠다든지 아니면 기분 나쁘다고 예멘하고 전쟁을 일으켜버리든지는 그 다음의 일이지, 그 다음 일이 걱정되니까 마음대로 해병대를 보내버리고, 급기야 민간인을 사살하는 그러한 권한은 미국에 주어진 바 없다. Deadly Force도 어디까지나 그 상황이 정당한 상황일 때에나 가능한 권한이다. 미군 해병대가 파견된 것을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 영화는 완전히 미국의 논리에 싸여있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며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자국민에게 피해가 있을 것이 우려되면 그 나라와의 협의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미군을 파견할 수 있다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논리이다. 그러나 요즘 세계를 둘러보면 미국에 의한 평화라기 보단, 미국에 의한 불안이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남을 무시하고 힘으로서 제압하려 드는 미국의 대외 정책. Deadly Force는 그 대외 정책을 집약시킨 것 같은 개념이다. 그리고 이 개념을 아직도 군사교육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 미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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