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몸 안에는 수많은 장소와 시간이 들어있다. 몸은 기쁨과 고통과 욕망과 상실의 부화장이고 사랑의 꿈과 왜곡을 간직한 도서관, 마지막 삶이 거처할 최후의 집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재로 사라진다. 개체의 시간을 끝내고 무한에 섞여드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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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와 경선의 ‘첫‘은 점점 ‘가장 오래된‘으로 수렴해간다. 경선의 말처럼 그 모든 게 다 사라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시간들은 매 순간이 ‘첫‘이다. 안나와 경선에게도 첫 순간은 수없이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경선이 틀렸다. ‘우리의 첫‘에 대한 기억은 의미가 있다. 그것은 ‘가장 오래된‘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최근‘과 ‘우리의 다음‘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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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가 어머니의 죽음에서 배운 게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사람은 병과 실수와 약점을 통해서도 교감한다. 고통과 맞닥뜨리는 걸 피해버리면 화해할 기회는 영영 사라지고 만다. 갚을 길 없는 빚이 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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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없고 경제활동도 끝났고 빚도 없고 만날 사람도 만들지 않는 안나에게 어떤 삶이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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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우리 세희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8
조해진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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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란히 피부로 느껴지는 이방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넘어, 기억과 역사의 연대를 통해, 다가올 내일을 조금은 더 낙관하고 싶어지는 빛의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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