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도망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면 견디고 싶지 않아서 도망쳤던 것이다. 견딜 수 없는 것과 견디기 싫은 것 사이엔 우주만큼이나 넓은 간극이 존재한다. 사람 구실 못하는 사람이 사람이겠는가. 어떤 진실은 돌이킬 수 없게 된 뒤에야 깨닫곤 한다.
누구나 조금씩 거짓말을 하니까, 거짓말이 한 방울 섞여 있다고 전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이 거짓말이 된다.
사람들은 언제나 논리적인 이유보다 심적으로 납득하기 쉬운 설명에 혹하는 편이죠.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고 물살도 세니 자칫 물에 빠지기라도 했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게 당연한 일인데도 그것보다는 물귀신이 끌어당긴다는 설명이 훨씬 즉각적으로 와닿잖아요?
같은 장면. 같은 말. 예고도 없이 불쑥 머릿속을 침범해서 현재를 와해시키는 오래된 기억들. 정부영은 그것들을 그대로 두었다. 기억들이 자꾸 떠오르면 그 기억들 안에서 한동안 자꾸 머무르면 되었다. "그다지 해는 안 될 거야."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정부영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