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란 법은 없다. 그렇다고 죽지 않고 사는 게 더 나으리란 법도 없다.
오래전, 우리는 모두 솔직하지 못했다. 엉망진창인 현실 속에 내던져진 와중에 서로의 눈치를 살피느라 솔직할 틈이 없었다. 죄책감을 벗어놓고 충분히 아파하지도 못했다. 위로할 수도, 위로받을 수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각자 이를 악물고 버텼다. 버티다 나가떨어졌고, 도망쳤고, 서로를 지웠다. 그땐 그럴 수밖에 없다고 믿었지만, 그래선 안 되는 거였다. 우리는 서로에게 무책임했고, 스스로에겐 너무 모질었다.
그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도망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면 견디고 싶지 않아서 도망쳤던 것이다. 견딜 수 없는 것과 견디기 싫은 것 사이엔 우주만큼이나 넓은 간극이 존재한다. 사람 구실 못하는 사람이 사람이겠는가. 어떤 진실은 돌이킬 수 없게 된 뒤에야 깨닫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