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더이상 새날이 주어지지 않을 때까지 날을 더해가며 산다. 그뿐이다. 야단을 떨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고 경망스러운 자들이나 달리 굴 것이다. 일어난 일들, 일으킨 일들 모조리 품고 견디면 된다. 그럴 수 있다. - P162
"어떤 궤를 벗어난 일을 겪고 나면... 사람의 마음에 어둠이 남네. 이제 와선 자네 앞에서 세상 불행을 다 끌어안은 척했던 게 부끄럽지만, 나는 조금 굶었던 것만으로 안쪽에 어둠이 고였어. 음식을 삼키면 뱃속에서 그 그림자도 함께 흔들리지. 자네 안에 그런 게 남지 않았을 리가 없어. 자네의 늘 웃는 얼굴은 일종의 마개인가보군." - P78
사람이 되면 좋겠다, 나는 사람이면서도 자꾸 그렇게 빌었다. 되어가는 중이기를, 아직 가능성이 있기를, 그런 생각 때문에.
‘안다는 것’과 ‘감당한다는 것’ 사이엔 강이 하나 있는데, 알면 알수록 감당하기 힘든 것이 그 강의 속성인지라, 그 말은 그저 그 사이 어디쯤에서 부단히 헤엄치고 있는 사람만이 겨우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신영복은 ‘아름다움’이 ‘앎’에서 나온 말이며, ‘안다’는 건 대상을 ‘껴안는’ 일이라 했다. 언제든 자기 심장을 찌르려고 칼을 쥔 사람을 껴안는 일, 그것이 진짜 아는 것이라고.
떠나겠다고 말하고 떠나는 건 떠나는 게 아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말이 있으면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서 나중에는 떠났다는 생각마저 안 드는 거라고. 그래서 말없이 떠나는 것들은 상대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고 싶기에 일부러 갑자기 가버리는 건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