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어느 순간 나는 내 삶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더 행복해지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더 불행해지지도 않았다. 이모 말대로 캐나다에서 보낸 시간이 도움이 되기는 한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충분히 뉘우치며 살고 있는지 시시때때로 의심하며 나 자신에게 물었지만 답을 찾지는 못했다.
가나는 문득 후지산의 정면이라는 건 어느 방향에서 본 모습일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키요에 풍경화에 그려진 그림 몇 개를 머릿속에 떠올려보는 사이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후지산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이미 멀어져간 그 산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며, 오늘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진심으로 그립다, 하고 마음깊이 생각했다.
그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고 애틋해하지 않는 삶이 세계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 삶이 세상에 남긴 생채기는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