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은 그 앞에 선 은단의 미래에 찾아올 여러 순간을 그려보았다. 여전히 그 어느 장면도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미래는 계속하여 찾아들 터였다. 그들이 이미 지나 보낸 날들과 마찬가지로, 예기치 못한 소리와 형태를 띠고 그들의 머리 위로 계속해서 쏟아질 것이었다. - P281
막은 지평선 부근에서 조금씩 사그라지는 빛을 보며 그 사실을 깨달았다. 누가 뭐라 해도 호시절이었다. 당시에는 모두가 공장에 있었다. 라히루는 손끝을 다치지도, 혼합실 안에서 누구도 듣지 못할 소리를 지르지도, 쫓겨나듯 한국을 떠나지도 않았다. 그때 그들은 모두 미래의 여러 갈래를 양손 가득 쥐고 있었다. - P189
샤워를 하다 문득, 이별이 인간을 힘들게 하는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사라졌다는 고통보다도, 잠시나마 느껴본 삶의 느낌... 생활이 아닌 그 느낌... 비로소 살아 있다는 그 느낌과 헤어진 사실이 실은 괴로운 게 아닐까... 생각이 든 것이었다. - P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