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군가 그녀의 글에 대해 묻는다면 전혀 당황하지 않고 사분의 삼만큼의 미소를 지으며, "그것은 내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고 깨어나게 했어.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문장을 묻는 거라면,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아." 라고 대답하리라.
내 몸은 어디서 왔는지 출처를 알 수 없는 말의 파편들이 거주하는 집이다. 내가 죽으면 그 말들은 또 다른 집을 찾아서 흘러갈 것이다. 그날 무대 아래서 대본을 속삭이는 경험을 통해 나는 비로소 막연하게나마 최초로 깨닫게 되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말이 있다는 것, 어떤 사람들은 그 말에 자신을 송두리째 바치면서,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발이 없다. 종종 나는 삶을 그렇게 느낀다. 다르게 표현할 길이 없는 감정이다. 그 안에서 나는 한 그루 나무나 마찬가지였다.
우중 장례식은 슬펐지만 운치 있었다. 관이 땅에 묻히던 날에는 조문객들이 쓰고 온 스승님의 우산이 장지를 뒤덮었다. 그날의 알록달록한 우산들이 꼭 꽃 같았기에, 스승님이 떠난 계절이 봄이었다고 요즘도 착각하곤 한다. -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