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른이 되지 못하고 좌절만 해도 아무 문제 없고, 그렇게 될 수도 있어. 깨끗하지만 볼품없는 옷을 입고, 꿈도 이뤄지지 않아서 답답하고, 계속해서 가난하게 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거기에 흐르는 마음가짐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믿어.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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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짜 미스터리는 왜 더 많은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느냐는 거야. 인간으로 산다는 건 끔찍할 게 분명한데.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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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적 살인은 대개 억압된 불쾌감이나 탐욕, 시기심, 두려움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즉각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브리가 말했듯이, 사람들은 닥쳐 보기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살인자가 이미지 다루기에, 얼굴 꾸미기에, 이성적인, 심지어 평온하기까지 한 외양을 꾸미는 데 능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면 뒤에는 공포가 감추어져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가마슈가 대다수 희생자의 얼굴에서 본 표정은 두려움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었다. 그건 뜻밖이라는 놀란 표정이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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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여자들이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고 두려워져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구걸하면서, 행복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순간마다 불안과 두려움에 몸을 떨 거라고는 상상하지 말아요. 고맙게도 우리는 훨씬 무분별하고, 용감하고, 또 순수하답니다. 우리들에게 열다섯 살의 나이 차이가 무엇이란 말인가요?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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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의 개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2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외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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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로알드 달의 단편집을 만났다. 그의 작품은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는 건, 남들도 다 아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뿐이었는데 이번에 <클로드의 개>를 읽으며 동화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이야기도 맛깔스럽게 참 잘 쓰는 작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렴풋이만 알고 있던 로알드 달의 이야기에 내가 얼마나 흥미를 느낄지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최면에 걸린 듯 나도 모르는 새 그 다채로운 매력이 가득한 입담에 중독되었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표제작인 '클로드의 개'는 덤앤더머같은 클로드와 고든 두 인물을 중심으로 나뉜 연작단편으로 분량이 제일 많았지만 가벼운 유머를 풍기며 자연스럽게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내세울 것 없는 보통의, 혹은 그보다 좀 더 어수룩한 느낌의 그들은 황당하고 유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뭇 진지한(듯한?) 태도로 나를 웃프게 했고, 일확천금을 노리며 칠전팔기하는 모습으로 짠내를 유발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방심해서도 안된다. 그게 바로 작가가 노리는 한 수니까.

 

이들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줄 알았다가 화자가 전환되면서 약간 아쉬울 뻔 했는데 그 또한 잠시, 다른 세상 속으로 독자들을 끌고 가는 능력이 보통이 아니다. '조지 포지'의 화자인 조지 또한 웃픈 자아성찰과 고해성사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데 어쩌겠는가, 그렇게 타고난 인생인 걸 받아들이는 수 밖에. 적나라하게 그의 치부를 드러내며 짓궂게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사소하지만 소소한 재미를 맛보게 하더니, 태어난 지 6주밖에 되지 않은 아기의 몸무게가 자꾸 줄어들어 걱정인 메이벌과 그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의 남편 앨버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제목은 하필 '로열 젤리'다. 읽다보면 친절하게도 짐작가능한 미끼가 여기저기 포진되어있다. 혹시 벌써 뭔가 감이 오시려나.

 

이쯤 되니 이 책은 각 단편마다 장르가 다른건가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 정도였는데... 제목처럼 달리지 못하고 조금 심심했던 폭슬리를 지나쳐 '소리 잡는 기계'는 초조한 분위기로 웃음소리가 점점 작아지게 하는가 싶더니 '윌리엄과 메리'에서는 역시 이대로 끝이 아니었군,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뭐지 이건? 여긴 어디지? 하며 생각지 못한 이야기의 흐름이라 괜히 작가님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달까. 이어지는 마지막 두 단편 또한 이런 깜찍한 복수극이라면 눈 감아주고 싶을만큼 통쾌한 기분으로 읽었는데 작가님이 여성에 대해 가지고 있던 시선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내심 만족스러운 마무리였다.

 

동화같은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오스스한 반전을 노리질 않나, 눈물콧물 짜며 슬퍼할 준비를 해야하나 했더니 사이다처럼 시원한 반전을 안겨주고 게다가 그 모양새 또한 어찌나 기발한지. 작가님이 그리는 세상은 대체 끝이 어디였을까. 미래와 과거, 혹은 그 어디도 아닌 다른 동화 속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끌려 다녀온 기분? 다만, 그 일련의 과정들 속에 기괴하고 엽기적인 장면들이 더러 있어 호불호를 나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지만, 대수롭지 않게 툭 내뱉은 한마디에도 빵 터지는 어쭙잖은 나에게는 우선 호(好)였던 걸로.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사적인 감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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