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자라고 있다니, 애들 엄마는 그날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잘 모르겠다. 알려고 해본 적도 없었다. 그녀의 가슴속에 난 금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나는 그녀를 묵살했고 방치했다. 모든 게 다 가짜 같다고 했다던가. 갑자기 그녀에 대해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가짜처럼 여겨졌다. 나는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손바닥만한 쪽방에 어둠이 드리우기까지, 오래 울었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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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을 보내는 짧은 의식이 끝나고 경 앞에 남은 건 민을 이해해야 하는 기나긴 시간이었다. 가까운 사람이 한 그 엄청난 선택을 되짚어가는 것은, 그가 혼자 그 결정을 하고 그걸 정말로 실행하기까지의 마음 상태를 따라가는 것은, 두려웠을 것이 분명한 그 순간을 반복해 떠올리는 것은, 남은 사람에겐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이었다. 경은 지난 일 년간 그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삼십 년이고 사십 년이고 죽을 때까지 그 과정을 반복하리라는 것도 알았다. 자다가 일어나면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숨이 턱까지 막혀왔다. 그때마다 마지막에 남는 감정은 민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보고 싶다는 것 말고 다른 감정은 다 가짜였다. 경은 민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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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1 - 시원한 한 잔의 기쁨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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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을 마실 기회가 많지 않지만, 쇼코와 같은 생활패턴이라면 자연스레 소확행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술과 안주에 진심인 그녀의 모습에 나까지 경건해지려는 찰나, 현실로 돌아와 밤에도 깨어있는 그녀를 만나면서 조금 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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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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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장만 슬쩍 들춰봐야지 했는데, 나도 모르게 다 읽고 말았다. 펠리시아의 여정의 끝을 보지 않고는 잠들 수 없었다. 뼈아픈 현실이지만, 이 이야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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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은 엉망진창이 된 삶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혹은 그냥 뭔가 다른 것을 원해서 길을 떠난다. 여정중인 그들을 본 이들은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대도시나 여자를 사고파는 일이 있을 만한 큰 동네에서는 랜드로버나 폭스바겐, 도요타의 차문이 열리며 아이들을 태운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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