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먼트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죽는 건 싫어. 그치만 무조건 싫다는 것도 아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땐 물론 슬펐어. 무서웠어.

왜 하필 나일까. 다들 저리 팔팔하게 사는데, 여든, 아흔이 돼서도 잘들 사는데, 왜 하필 나일까.

서른 밖에 안 됐는데. 근데 어떻게 해서든지 더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아닌 것 같아.

더 살아봐야 다시 똑같은 인생이 이어질 거잖아.

지금까지와 별 차이 없는 삶이. 나이 먹을수록 점점 초라해지기만 하겠지.

이런 생각, 올바르지 않다는 거 알아. 대체 어디서 잘못된 걸까.

그걸 모르겠어.          _ 본문 226쪽 중

 

 

'얼론 투게더'란 작품으로 처음 알게된 혼다 다카요시의 두번째 작품.

사실 '미싱'에 관심이 생겨 '얼론 투게더'를 읽었고 '미싱'을 구입해두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얼론 투게더'와 비슷한 배경이나 소재가 쓰였음에도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난 '모먼트'에 한 표.

 

죽음을 앞둔 순간, 당신은 무엇을 소원하겠습니까?

 

이 비장한 부제를 뒤로 한 채 표지는 너무도 싱그럽기만 했던 _

읽는 내내 저 질문은 머리를 맴돌았고 결론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 책의 끝에 다다랐다

4편의 에피소드로 엮어진 이 책은 참 그렇다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와 환자들이 등장한다

것도 모두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환자들.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만약, 내가 죽는다면 _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아 앞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_

참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라 생각했다

결국 내 머릿속에서는 너무도 싱거운 결말에 도달해버렸지만.

 

개인적으로 세번째 이야기 '반딧불이'가 가장 맘에 들더라

어쩐지 쓸쓸하고 아련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했지만

우에다씨 멋있다며 하하하 - 이런걸 멋있다고 하기엔 지나친 감상이려나

 

늘 죽음이라는 소재를 결부시켜 이야기를 슬그머니 진행시키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와는 또다르게 은근히 마음을 울리는 오묘함이 들어 읽는 동안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어디쯤이었더라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거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굳이 죽음을 언급하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잖은가

그래서인지 사실 잘 꾸며놓은 환상같은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동질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나쁘지 않았다. 내 주변 어딘가에도 그런 사람 하나 없으려나 싶을만큼? 흐흐흐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꼭 만나고 싶은 사람, 그런 소원 _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아마 죽기 전이 아니면 깨닫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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