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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와서 그런건지 한동안 잊고 지낸 바나나씨가 떠올라
불쑥 책 두 권을 연달아 읽고는 두어권쯤 장바구니에 또 담았다.
전혀 예기치 않았던 우연에서 생겨난 한때의 틈새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괜찮다. 이미 끝나 버렸기에 가치가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에 인생은 길게 느껴지는 것이니까.
눈을 감은 채 귀 기울이고 있던 나는 초록색 바다 깊은 곳에 있는 기분이었다. 온 세상이 밝은 초록으로 빛나 보였다. 투명하고 유연한 물의 흐름, 그 안에 있으면 아무리 괴로운 일도 살을 스치고 지나가는 물고기 떼 정도로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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