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원주민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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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다소 적은 분량에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두 여인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었던 마음이 컸었던 탓이리라,

현실적으로만 본다면 부족의 결정을 나쁘다 할 수 만은 없었지만

아니 오히려, 부족장의 맘아픈 결정으로 인해

더 좋은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닌가 제3자의 입장으로 말해본다.

 

부족 내에서 보호받고, 우대받으며 지내오던 두 여인은

사실 불평불만은 많고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았던 건 자명하다.

그렇기에 냉정하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과 잊고 있었던 열정을 되살릴 수 있었던 거였다고.

두렵고 혹독했던 현실을 이길 힘이 있었음에도

그저 소홀히 안일하게 지내왔던 지난 날을 버리고

본인들마저 잊은 채 스스로의 가능성과 미래를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감히 존경과 경외심 또한 말하고 싶다.

 

아마, 그런 현실이 두 사람 앞에 닥쳐오지 않았다면

후일 부족이 힘들어진 그 상황에서조차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으로 손놓고 불확실한 내일을 버티고 견디며 살아갔으려니,

희망이나 밝은 빛이 아닌 음울하고 고통스러운 미래를 받아들이며 살았을지도.

 

와, 이렇게 쓰다보니

정말 두 늙은 여인은 정말 위대하고 대단한 공로자들이 아닌가.

물론 모든 일은 겪을땐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지나고 보면 어떤 식으로든 피와 살이 되는 경우가 있다더니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지도.

 

그저 막막하고 눈앞이 캄캄했던 현실에 직면하여

그들은 삶의 지혜와 용기, 그리고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하루하루 죽을 힘을 다해 살아가기 시작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최선을 다해서.

 

 

그래, 이 죽음이란 게 우리는 기다리고 있어.

우리가 약점을 보이는 순간 우리를 움켜쥘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말이야.

나는 당신과 내가 겪을 그 어떤 고통보다도 그런 죽음이 두려워.

어차피 죽을 거라면, 우리 뭔가 해보고 죽자고! p.45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우리가 가려는 곳에 가까워지는거야.

오늘 나는 몸이 좋지 않지만, 내 마음은 몸을 이길 힘을 갖고 있어.

내 마음은 우리가 여기서 쉬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p.69

 

 

더이상의 미사여구는 필요없다.

직접 읽고 두 늙은 여인의 생존기를 체험해보시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이 오히려 너무 평탄할 지경이라 삶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고 있는 건 아닌지,

좀 더 열심을 다하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될테니까.

 

사실, 우린 스스로의 잠재력을 너무 간과하고 있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본 일이 있었는지

가슴에 손을 엊고 생각해보면 알게 될테지.

 

 

시간이란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이고,

그림을 그림이게 하는 것 역시 원근이 아니라 깊이(메를로 퐁티)라는 것을

칙디야크와 사가 그들이 본 여든한개의 여름과 일흔여섯개의 가을로 확인해준다.

 

몇번째인지 모르지만 깊이를 더해가는

그대의 봄 앞에 이 이야기를 드린다.

그대의 눈신발, 그대의 바라봄, 그대의 연어 껍질 주머니,

아직 오지 않은 그대 삶의 절정을 위해! p.171

 

 

작가의 말이나, 옮긴이의 말을 빼놓지 않고 읽는 편인데

역시 어김없이 이런 주옥같은 글을 싣으셨기에

아낌없이 밑줄 쫙.

 

 

#두늙은여자 #이봄출판사 #벨마월리스 #뭔가해보고죽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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