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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도시 2 - 에어비앤비로 여행하기 : 남미편 ㅣ 한 달에 한 도시 2
김은덕.백종민 지음 / 이야기나무 / 2015년 5월
평점 :
빡빡한 한국 살이를 벗어나 전세 자금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는 김은덕, 백종민 부부의 <한 달에 한 도시> 이야기. '유럽편'에서 유럽 각 국의 도시들을 한 달씩 살았던 부부의 생활이자 여행기는 이제 남미 대륙으로 이동합니다. 잘 알려진 유럽에 비해 아직은 낯설은 정열의 대륙으로 말이죠. 그들의 가장 큰 여행 목적이였던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룰 수 있을지 확인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아, 갑자기 잘 구운 스테이크가 먹고싶네요...)
한 달에 한 도시씩 여행하며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은 어찌보면 팍팍한 전세난에 고민하고, 개미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20~30대 부부들에겐 그야말로 워너비 그 자체 입니다. '여행하며 살아가는 삶'과 '여유로운 삶' 이란게 지금의 우리에겐 현실을 포기해야 하는 만큼 큰 용기를 필요로 한 일이니까요. 어쩌면 새로운 삶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가진 현실을 포기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떠나지 못한 여행에 대한 로망과 함께, 여행을 떠난 자들에 대한 많은 부러움과 지금 나의 현실에 대한 박탈감 등, 오만가지 감정을 적절히 버무려가며 여행기를 읽습니다. 여행기를 읽으며 우리의 현실을 잊어가는 동안, 우리는 여기서 하나의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기록되지 않는 그들의 여행에 대해 철저하게 무시해버리는 실수라고나 할까요....
전작 <한 달에 한 도시 : 유럽편>이 유럽 각 국을 돌며 에어비앤비로 생활하며 여행지를 소개하는 에피소드가 가득했다면, '남미편'에서는 조금 더 이 부부의 여행 중 에피소드는 물론, 여행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부부 사이의 관계 등 조금 더 솔직한 여행 속 불편한(?)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들이 일 년 남짓 세계를 돌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운 만큼 성장했던 것처럼, 그들은 가장 열정적인 나라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여행 속 보이지 않던 불편함을 배우며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모두 다 친해질 수 없어 서먹했던 에피소드, 숙소 호스트의 작은 행동으로 오해가 생긴 에피소드, 그들이 올린 여행기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조롱 섞인 이야기를 서슴없이 내뱉던 악플러들에게 상처를 받은 에피소드,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주인공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
사실 평범하게 살아간다고 자부하는 저도 부부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물음을 가지곤 합니다.
아무래도 달콤한 환상이 가득한 연애와는 느낌이 또 다르기에, 매일 살을 부딪치며 살아가고, 경제적인 관념에 대해 고민하고, 모든 것을 이야기하며 나눈다고 해도 아직도 함께 사는 사람의 난데없는 새로운 모습에 어색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때론 인정하기 어려울 때도 많으니까요. 지금이나 이 책을 읽을 당시나 부부 사이에 대해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만난 두 사람의 부부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여행기와는 또 다른 의미과 생각을 남겨주었답니다.
내 여행기가 항상 달콤하지 않았던만큼, 책을 통해 읽는 다른 사람의 여행기도 결코 달콤한 순간만을 가진 것은 아니였을텐데, 나는 너무 단편적인 것만을 보려고 하지 않았던가 - 여러 여행기를 읽으면서 이제 여행 작가들의 내면을 보려고 하는 것을 보면, 저도 많고 많은(?) 여행기를 읽으면서 내심 성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짧은 허세를 부려봅니다.

한심에 보여도 좋았다. 직업도 없고 나이도 많지만 여행을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했다. 한국에 들어가면 당장 살 집도 없고 돈도 없겠지만 이제는 걱정하지 않는다. 물질적으로 부족해도 행복할 수 있음을 배운 것은 여행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내 안에 생긴 것이다.
P. 311 여섯 번째 달, 멘도사 8. 길 위에서 1년, 그리고 전쟁같은 사랑 중에서 ...
또 다른 누군가는 그래도 태평하게 여행하는 삶이라며 또 다른 조롱을 남길 수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마지막 아시아편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두 사람이 이런 조롱쯤은 가볍게 넘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마지막 여행기의 마침표를 찍어주기를 바랍니다. 두 사람은 '여행'이라는 성장을 통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배웠을 테니까요. 비록 책을 통해 그들의 경험에 간접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제 자신이 너무 얄팍해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러면서 저도 이 팍팍한 현실 속에서 "여행을 통해 성장하는 삶" 을 조금이나마 꿈꿀수도 있지 않을까요? 더이상 남들에게 보여주는 여행이 아니라, 내가 직접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는 그런 여행을 말이죠.
한심에 보여도 좋았다. 직업도 없고 나이도 많지만 여행을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했다. 한국에 들어가면 당장 살 집도 없고 돈도 없겠지만 이제는 걱정하지 않는다. 물질적으로 부족해도 행복할 수 있음을 배운 것은 여행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내 안에 생긴 것이다.
세상에는 낯선 음식이 있을 뿐이지 맛없는 음식이란 없다.
뿌리가 없다는 것은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시도해야만 한다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기회의 땅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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