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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아주 유명한 책을 읽었습니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읽었으며, 성경보다 많이 읽힌 책이라고 널리 알려진 <앵무새 죽이기>입니다. 이 책이 왜 그리 많이 읽혔는지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였는데, 사실 그 생각보다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매우 놀라웠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이런 책을 우리나라 작가들의 글에서는 볼 수 없는지 괜시레 질투 아닌 질투도 나더라고요.
변호사 에티커스 핀치의 두 아이 중 한 명인 진 루이즈 핀치의 시선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한 소녀와 그 소녀의 오빠의 성장 소설과 함께, 흑인 인종 차별로 유명했던 미국의 메이콤 지역에서 일어난 젊은 백인 여성을 성폭행 했다는 누명을 씌이게 된 흑인 청년을 백인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호한는 커다란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더불어 대공황 이후 피폐해진 미국의 모습과 함께 계층간의 갈등, 인종간의 대립 등 우리 사회에서도 아직도 뜨거운 화두가 되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습니다.
<앵무새 죽이기>는 다방면으로 재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진 루이즈 핀치의 시점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들가 너무 맹랑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책을 덮을 만큼 지루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 언니 하는건 다 따라하겠다는 동생 생각이 나기도 하다가, 자뭇 진지하게 시사적 화두를 어른에게 던지는 그녀의 속 깊은 모습에 무척 놀라웠습니다. 마치 일곱빛깔의 무지개 만큼이나 다채롭고 다양하더군요.
남북전쟁 이후 미국 사회에 뿌리 깊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인종 차별에 대해서도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무척 흥미진진했습니다. 일전에 읽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미국 남부의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인식이 어떠한지 알 수 있는 소설있었다면, <앵무새 죽이기>는 그보다 훨씬 시간이 흐른 뒤에도 백인과 흑인 사회에 남아있는 사회적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지요. 옳지 않은 관습이 사라지는 시간은 왜그리 더디게 느껴지는 걸까요? 쉽게 사라지지 않는 걸까요? 이 책에서는 단순히 흑인 비하의 사건만을 담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는 다문화 국가 사람들간의 사회적 문제와 비교해 보았을 때에도 유사한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분명하고 무서운 사실은 우리도 이런 편견을 마음 한 켠에 넓게 깔고 있다는 것이죠.
한편으로 부러웠던 것은 변호사인 아버지의 직업의 영향도 있겠지만 신문을 보며 벌어진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는 점이였습니다. 주입식 교육만이 전부라는 우리의 교육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였죠. 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주저하지 않는, 옳지 않는 신념에 대해서 비록 당장 가진 힘은 없으나 당당하게 말할 용기가 참 부러웠습니다. 그들이 자라면 조금 더 올바른 삶과 올바른 미래를 만들거라 의심치 않게 되었습니다.
에디커스 핀치가의 훗날 이야기를 담은 '파수꾼'이 얼마 전에 출간 되었다죠.
하지만 <앵무새 죽이기>의 무게감을 감당하지 못한 저에게 <파수꾼>을 손대는 건 두려운 일이되었습니다. 아마 제가 제 손으로 직접 <파수꾼>을 읽기 시작하고자 하려면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려야 되지 않을까요? 이건 이해가 안되는 게 아니라, 받아들임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이 책을 다시 제대로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
앵무새 죽이기 P.149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