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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실업자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자발적 백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상당수는 젊은이들이다. 어디서 무엇을 먹고 살까?
조앤 롤링은 해리포터를 쓸 당시 백수, 이혼녀였다. 정부의 보조금으로 아이의 우유값을 겨우 대면서 아는 사람의 카페구석에서 조용히 글을 썼다. 그만한 분량을 생각하고 쓰고 온전히 글에만 매달린다고 해도 무진장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행복했겠지만, 그 와중에도 괴로웠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생활이 가능할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물론 영국에서도 쉬운 선택은 아니었겠지만, 당장 갓난아기 분유값도 전전긍긍하는 처지에 소설이나 쓰고 있다니, 시간당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일단 밥값이라도 벌어야하는 거 아냐? 수많은 사람들은 그녀를 비난했을 것이다.
그렇다. 모든 사람은 다 같은 삶을 지향한다고 가정하고, 일 안하는 사람들은 게으른 사람들이고, 그 나이에 부모 등쳐먹을 생각이나 하는 사람들이면, 사회에서 자랑스럽게 백수라고 떠벌릴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백수라는 것은 가난하다는 것을 뜻한다. 무언가를 하고 있지만,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자발적 ‘백수’들은 그래서 숨죽이며, 자기만의 공간에서 글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린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는 세상이 어느 순간 돈 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로 선그어졌기 때문이다. 돈이 되지 않는데 서점은 왜 해? 돈이 되지 않는데 시는 왜 써? 돈이 되지 않는데 레코드점이 웬말이야? 그래서, 주변에는 돈되는 부동산과 게임방만 넘쳐난다. 세상이 풍요로워지면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면 모두가 예술을 지향할 것이라고 했던 것이 유토피아다. 그렇지만 먹을 것이 넘쳐나도 사람들은 계속 먹는 것을 해결하느라 바쁘다. 노동이 가치없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세속적인 삶을 경계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제외하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시간을 쓰는 삶이 언제부터 이기적인 삶이 되어버렸나?
확실한 건 시간은 유한하고, 어느 한 가지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벌면 그 시간에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조앤 롤링은 소설쓰기를, 서연은 책읽기를 택했다. 이기적인 삶이라기보다는 어떤 면에서는 적극적인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
부자로 죽은 예술가보다 가난뱅이로 죽은 예술가가 훨씬 많다. 끼니조차 해결 못해서 주변사람들에게 손벌리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그들을, 그들의 작품을 가치있게 여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요즘의 영악한 사람들은 죽은 다음에 인정받으면 무슨 소용이냐며, 현세에 자신을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자기 PR도 열심히다. 그런 사람을 뭐라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지 못한 ‘영악하지 않은’사람들에게도 응원을 보내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에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싶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이윤이 나지 않는 일이라도 모두 가치있는 삶이다. 서연이 언제까지 그런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서연은 자신이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서연이 언제까지나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