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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년 전에 송환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다. 보고 나서 막막함이랄까, 답답함이랄까 긴 한숨만 나왔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걸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냥 끝도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두 해가 흘렀다.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영화의 장면은 가물가물하다. 비전향장기수의 문제는 방송에서 신문에서 간간이 접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 소설이 아니었다면 송환이란 영화를 다시 떠올리는 일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강렬했던 기억이 채 2년도 되지 않아 잊혀져버린 것이다.
송환의 김동원감독은 그 영화를 위해 12년의 세월을 바쳤다. 그리고, 그 다큐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사상과 신념을 지키는 일이 개인의 안녕과 행복보다도 더 소중한 일일까. 수십 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만큼 절대적인 것인가. ‘전향서’라는 상징적인 제스쳐도 취하지 못할 만큼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을까?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전쟁도 하지 않고 스스로 무너져버린 소련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념적 우월성을 믿고 있었던 북한의 식량난은 그 긴세월 하나의 신념을 위해 투쟁했던 자들에게는 절망보다 더 큰 고통이다. 사회주의는 더 이상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라 교양의 문제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이제 유토피아를 향한 꿈은 그들 스스로 저버려야 함을 알고 있는 듯 하다.
인간은 한가지 이상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두 똑같은 삶을 살고 싶어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게는 천국인 세상이 누군가에는 지옥같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주의는 삐거덕거릴지언정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가 인간을 위한 최선의 제도는 아닐 것이다. 인간은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택했다. 사회주의는 인간을 위한 이데올로기를 비인간적으로 운용해왔기 때문에 망했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자유주의도 마찬가지다. 비록 라이벌은 없어졌을지언정, 자본의 논리가 제도운영의 유일한 힘으로 작용한다면 그 역시 존재가 위태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연습이라...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노력과 고민의 순간에 있는 것이지 그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그것이 결과적으로 옳은 길이든, 잘못된 길이든 간에 행동했던 순간에 진실했다면 나름대로 소중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절망할 이유는 없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인간의 노력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