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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파워 - 외교 전문가 조지프 S. 나이의
조지프 S. 나이 지음, 홍수원 옮김 / 세종연구원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미국=자유’이던 시절이 있었다. 단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뿐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동경의 대상이었던 시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이 군사강대국이라거나, 로마제국과 비교될 정도로 세계에서 영향력이 큰 국가라는 사실은 인정될지언정, 문화적으로 매력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아, 물론 미국의 드라마시리즈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에 대한 매력은 뉴욕이나 LA같은 특정 도시에 한정될 뿐, 미국이라는 국가를 떠올렸을 때 옛날처럼 선망의 대상, 매력적인 국가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언제부터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념적 승리를 이룬, 1990년대 초, 소련의 해체가 있고 난 이후이다. 이념적으로 공산주의에 대항해서 승리를 얻은 미국은 승리에 도취되어 그만큼 군사적 위험이 감소된 시점에 오히려 군사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쟁위험이 줄어든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적을 찾아서 눈을 돌렸다. 찾아낸 곳은 중동. 이라크에 대한 전쟁이 그것이다. 2003년 이라크전쟁이후에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이 예전처럼 감성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군사력만 강화해서 전세계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전쟁을 벌여, 독불장군처럼 보이는 것을 우려한다. 하드 파워라는 것은 군사력과 경제력, 소프트 파워라는 것은 문화의 힘, 감성적인 매력을 의미한다. 이 둘의 균형이 진정한 파워를 위해서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미국은 지나치게 하드 파워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략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지프 나이는 주장한다.
소프트 파워는 단순히 대중문화에 대한 선호나 매력이 아니라, 이를 통하여 체제의 우월성과 정당성을 확인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2명의 성난사람들’이라는 영화는 미국의 제도를 비판한 영화이지만, 이를 본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국가의 국민들은 미국의 상황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내 비판이 자유로운 미국의 상황을 보며 부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라는 것은 체제의 우월성을 알리는 간접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중요한 자원이다.
저자가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는 것은 진정한 세계평화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미국의 패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인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 가운데는 정치적 올바름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고, 세계평화를 위해서 긍정적인 자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면 가치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국제관계라는 것은 자국의 이익이 최선이 되는 방향으로 전략이 수립되는 만큼 그들의 모든 태도를 이기적이라고 무조건 몰아붙일 수는 없다.
얼마 전, 백악관에는 이란대통령이 보낸 편지가 도착했다고 한다. 이라크에 미사일을 퍼부을 것이 아니라,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의 생계를 돕는 데 썼더라면 미국은 물론 세계평화에 더 바람직했을거라는 내용이다. 이 역시 소프트파워의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미국의 경제시스템에서 구조적으로 군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이것이 먼저 해결되어야 하드파워를 자제하는 전략이 좀 더 편안하게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