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사극스러운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김윤희와 이선준의 연애에 좀더 초점이 맞춰졌다면,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에서는 둘의 이야기는 감초와 같고, 오히려 당시의 정세, 규장각의 삶, 정치적 역학을 보게되어 재미있었다. 

특히 이정무라는 인물이 정말 재밌었는데, 남장을 하고 규장각에서 각신으로 있는 자신의 며느리될뻔한 여자가 한없이 밉고, 영원히 자신의 가문/아들/눈에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지만 그녀가 왠만한 남자들보다 배포가 크고, 뛰어난 인재라는 것.. 그래서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의 모습을 보는것이 흥미로웠다.  

김윤희와 딜을 하는 과정에서 추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어떠한 틈도 만들지 않겠다는 그의 태도는... 며느리를 들이는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또하나 재미있는 점은 며느리를 들이는 과정에서 아들과의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면서 아들을 훈련시키는 그의 태도이다. 김윤희가 이선준에게 자신의 요구사항을 밝히지 않을 것을 알고 행동을 취하지만, 뒤늦게 이를 알고 온 이선준에게 매우 태연하게 "이걸 이제 알았는가? 너무 늦게 알았다. 칼바람 부는 조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니가 이제 이런 상황을 안다면, 너는 적어도 세번은 목숨을 잃었을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아들이 당장 눈앞에 닥친 상황만을 보지 말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봐야만 조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뼈져리게 느끼도록 하려는 마음을 드러낸다. 

아직 2권을 읽지는 않았지만, 이후에 이선준보다는 그의 가문과 가족을 위한 길을 걷겠다는 김윤희와, 절대 김윤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이선준, 다소 아깝기는 하지만 가문을 위해 김윤희를 가차없이 버리겠다는 이정무 삼자의 싸움. 그리고 그 상황을 알고 있는 왕의 개입으로 인해 변화되는 변수들을 보는것이 흥미진진할 것 같다. 

김윤희가 나에게 독이 될것인가, 이정무에게 독이 될것인가? 라는 왕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중간중간 간사한 계집은 나의 신하로 둘 수 없다는 왕의 말 등은 상당히 거슬리지만 극적 전개를 위한 고추가루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련다. 

재밌기는 한데..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2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책보다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먼저 접한 나는 드라마가 너무 재밌는데, 뒤가 너무 궁금해서 도저히 참지 못하고, 추석날 서점을 수소문하고 집을 뛰쳐 나갔다. 

다행이 책대여점에서 두번째 권을 입수, 1권을 건너 뛰고 2권을 읽기 시작. 

드라마에서는 당시에 성균관에서 사용하던 언어, 행동 등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그것을 당시의 한자로 보여주고 풀어서 설명하는 등 보는 재미 요소.. 기존의 사극과는 다소 다른 독특함이 있는데, 오히려 소설은 잘 짜여진 하이틴 로맨스, 조신시대 커피프린스 라는 느낌 이상이 들지 않았다. 

당시의 시대 상황이나, 역사적 배경에 기반하여 좀더 사실적으로 그렸거나, 시대적 이슈를 가지고 개인의 남녀 정사를 표현했다면 좀더 깊이 있는 소설로 평가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읽고 난 후에 우정과 사랑을 짜임새 있게 다룬 하이틴로맨스 이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들었다. 

그리고 커피프린스에서 남장여자를 사랑하면서 자신이 게이인줄 알고 당황하는 공유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속일 수 밖에 없는 여성의 괴로움의 설정도 거의 비슷했다. 무엇이 먼저 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대적인 환경만 다를 뿐이지 설정은 거의 비슷. 

그렇게 큰 줄기가 거의 유사할때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무래도 디테일이겠지. 얼마나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주면서, 소설속 시대 배경과 어우러지게 그려내는가? 그것이 관건이 아닐까 한다.  

그런면에서 성균관에 여성이, 그것도 1년이 넘도록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것은 신빙성이 적게 느껴진다는것... 그것도 좀 아쉬움이 남는다. 

여튼 추석 연휴 이 책과 드라마로 즐거웠고, 재밌게 읽었으니, 그것으로 만족!  

재밌게 살자, 행복을 지으며 살자

재미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때는 이 책은 내가 왜 읽어야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인생에서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소한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인데.. 이건 그걸 말해주는것인 아닌가?  

그랬다. 처음에 부부관계의 전형적인 문제들을 보여주는 것도 읽어내기 힘들었지만.. 끝까지 읽어보자 싶어서 읽었다. 내가 몸소 실천하려고 하고, 알고 있는 이야기였기는 했지만, 막상 읽으니 다시 한번 생각해게 되었다. 

 그래, 재밌게 살자. 힘들고 우울하고, 옆에서 괴롭히고.. 내가 이것까지 왜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것을 재밌게 즐겁게 받아들이고 하자! 라는 생각을 했다.  

그 중에 인상적인 몇구절을 적어본다.  

119P : 일 잘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급해도 시작하기 전에 여유를 부린다. 여유를 가지고 전체를 둘러본다. 맥락을 짚어내는 게 최우선인셈이다.  

191p: 다이도르핀은 감동받았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에 완전히 빠져들었을 때나 마음을 울리는 글을 읽었을때, 뜻밖의 진리를 깨달았을때 다이도르핀이 분비되는 것이다. 다이도르핀의 효과는 엔도르핀의 4,000배에 이를 정도로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다. 아무리 무서운 암세표도 다이도르핀 앞에서는 꼼짝 못하고 파괴당한다고 한다.   

206p: 참신한 아이디어는 '다름'에서 온다는 겁니다. 어떤 경영학자의 얘기인데요.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고, 그 다른 사람들이 어떤 다른 걸 원하는지 관찰하면, 남다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이죠. " 

240p : 삶이란 두 손으로 일, 가족, 건강, 친구, 영혼이라는 다섯 개의 공을 움직이는 저글링 곡예 같은 것입니다.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과 같습니다. 떨어뜨려도 곧 튀어오릅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유리공과 같습니다. 떨어뜨린다면 긁히거나 깨지기 쉽습니다. 다시는 예전과 같아질 수 없습니다. 과거에 집착하지 마세요. 미래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공들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살지 마십시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한걸음 한걸음을 음미하는 여행입니다.  - 더글러스 대프트 코카콜라 전 회장의 신년사 중에서.  

278P : 이집트 사람들은 저세상게 가면 신이 두가지 질문을 할 거라고 믿었지.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찾아냈는가. 다른 하나는 남에게 기쁨을 주었는가." 영화 <버킷 리스트> 중에서

여성의 삶을 통해본 동유럽의 현대사

프라하의 소녀시대 ㅣ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공산주의 붕괴 직전에 특이하다면 특이한 경험을 한 세명의 여성과 마리를 통해서 동유럽의 현대사를 조망해볼 수 있는 에세이이다.
남북관계가 아직까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어찌보면 오늘도 내일도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몸으로 체화된 우리. 그만큼 국가의 존립을 위해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남한에서 살아야 하는 나는 반공이데올로기가 뼈속 깊게 녹아있고, 그런만큼 어떤 부분에 대해선 까맣게 무지하기도 하다. 내가 찾아서 읽지 않으면 정보를 얻기도 어려운 동유럽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현대사, 그리고 이슬람의 역사는 정말 모르는 영역이다.
초등학교때부터 있지도 않은 "이승복"어린이를 통해 공산주의와 공산당을 괴물로 인식했다. 국가의 반공이데올로기에 놀아나며 살아왔던 나에게 균형잡힌 시각이란 가능할까 의문이지만 이런 글을 읽다보면 이데올로기가 어떻든 간에, 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있고, 나를 비롯한 그네들의 삶이 사회와 정치 등에 참 취약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어느 곳에서 태어났고, 어떤 시대를 살고 있으며, 어떤 부모를 만나 어느 만큼 교육을 받았으며, 어떤 정보를 접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기반하야 내 삶은 존재하고, 특히나 전쟁과 같은 상황속에서 내 자신이 스스로를 지키기라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의 지탱하기 위해서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고, 자신의 태생과 역사를 부정하고 허공에 뜬 것처럼 살아가는 친구도 있고, 이즘에 맞춰서 성실히 자신의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도있으며, 마이너한 사람으로서 다른 마이너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여성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삶의 면면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여성들의 이야기로 느껴졌는데, 뒤로 갈 수록 에세이는 더욱 재밌어진다. 짧은 에세이에서 동유롭 현대사의 깊이있는 정보를 얻기는 어렵지만, 그 속에서 살아 왔던 여성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보는 것은 흥미진진하다.

가보고 싶은 이스탄불

이스탄불로부터의 선물 - 세계도시여행
이나미 글 사진 / 안그라픽스 / 2007년 12월

10일 여행을 하고도 책 한권을 뚝딱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 

6개월 여행하고도 책한권 안쓴 내가 부끄럽기도 하다... 

솔직히 6개월을 여행했지만 내가 하는 여행으로 세상과 소통하기에는 내가 그들의 문화에 대한 지식이 너무 얄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행에서 배우고 경험한 내용을 밖으로 꺼내기 부끄러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도 말하고 있지만 사진도 전문적이지 않고, 여행기간도 짧지만... 참 소박하고, 여행하는 일상에 충실하게 썼다. 비록 많은 곳을 가보고, 접하지는 않았지만 여행했던 spot은 충실히 설명하려고 했다. 공부도 열심히 한 흔적도 보이고. 그리고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읽기 쉽게 풀었다. 그것이 작가의 필력과 기획력이겠지.  

일때문에 우연히 읽게 된 책인데, 작가가 갔던 길을 따라서 간다는 느낌.. 그런 느낌으로 후루룩 읽게되었던 글과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