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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동안 공지영의 글을 읽지 않았다.
운동권의 삶을 포기한 자기 자신을 스스로 정당화하기 위해 운동권을 부정하는 모습이 드러나는 그녀의 글은 공감이 가지도, 빠져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그녀의 글을 찾지 않았는데, 최근에 황금어장에 출현한 그녀를 보고, 그리고 친구가 공지영이 달라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읽기 시작한 책이 지리산 행복학교다.
중년에 한번쯤 찾아오는 인생의 굴곡과 실패를 딛고 지리산에서 무소유의 삶을 살아가는 지리산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에게도 큰 위안이 되었다.
돈도, 명예도, 성공도 취약하고 부질없는것.
지리산이 주는 자연과 함께 공존하며, 지리산의 선물을 온전히 삶으로 받아들이며
계절이 하루 하루 변해가는 것을 즐기며, 루저로서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연세 50만원, 연봉 200만원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
사람이 생을 유지하는데, 행복을 느끼는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돈과 물질을 적게 가지면서도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공지영 또한 자신이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을때 수저 한벌만 가지고 가도 살 수 있는 곳으로 표현했다.
생의 한가운데에서 인생의 좌표를 다시 잡고 있는 나에게 지리산 사람들의 삶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인생의 축을 무엇으로 잡을 것인가? 돈? 명예? 권력?
최근에 황금어장에 나온 아나운서 차인태의 말이 떠오른다.
"크게 아프고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살고 있는 요즘
돈도 명예도 권력도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지금은 내가 가진 것을 좀더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삶을 살고 싶다."
는 그의 말은 나에게 깊이 와 닿았다.
좀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은 참고 또 참아야 하는 그런 순간이 아니다.
좀더 나은 내일은 무엇인가? 좀더 돈이 많은 내일? 좀더 권력이 많은 내일?
그것은 영원하지 않다. 한 순간 무너질 수 있는 취약한 것이다.
내가 인생을 계속 살아가기 위한 이유가 돈과 권력이라면 인간은 피폐할 수 밖에 없다.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어 주변사람들이, 이 사회가 좀더 건강해질 수 있다면...
가슴을 찌릿하게 하고, 머리를 쫄깃하게 하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몸을 움직이는 기쁨에 충만할 수 있는 소소한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런 삶이 의미있는 삶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