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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her
어머니
God made many lovely things
하나님은 많은 사랑스러운 것들을 창조했습니다
Birds, flowers and trees
새들과 꽃들과 나무들
Sunset, starlight and loval friends
일몰, 하늘의 별빛들, 그리고 성실한 친구들
After he made all these things
이 모든 것들을 창조한 다음에 하나님은
He gave another gift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선물을 주셨습니다
The most one, The most true, The most loving
이 세상에서 가장 드물고, 가장 진실하고, 가장 사랑스러운
A wonderful Person
하나의 놀라운 인간
A mother, Dear as you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 당신이 가장 아끼는


채규철, 소나기30분 책에 나오는 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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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나에게
감나무 집 아줌마한테 가서
저번에 빌려간 돈 좀
받아 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벌써 준다해 놓고 내일 내일 미룬다며
나는 싫다고 했다
무얼 갖다 주라는 심부름이라면
열 번이라도 가겠는데
나는 받아오라는 심부름은
웬지 가기가 싫었다
뭉그적거리는 나에게
어서 안 갔다 오느냐고
어머니가 성을 냈다
억지로 밖에 나와
감나무 집으로 갔다
아주머니가 부엌으로 가는 것이 보였다
그래도 나는
아주머니가 볼까봐
문밖에서 서성이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아주머니가 안 계시더라고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 -임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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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에 둘러싸인 외로움 건드리기 혹은 부활

 

 

 


1.


마치 카프카의 '성'에 사는 케이, 성주 케이 같다고나 할까

나는 오늘밤 혁명을 꿈꾸네

동반자적 부활을 꿈꾸네

오만 오천 에이커의 평원 속에 있는

외로움의 집의 사건을 꿈꾸네


2.


확실한 알리바이를 지우기 위하여

눈 내리는 광야를 걷고 또 걸어

나는 그대 사는 성곽에 도착하네

오만 오천 에이커의 대평원 속에

이쁘게 패인 내 두 발자국을

하얀 눈이 내려 흔적을 지우는 모습은 엄숙하네

그래 어떤 사람들은

인생이란 자손과 친구를 만드는 것이란 부질없는 말을 했지

오만 오천 에이커의 외로움을 건너봐

인생은 부질없는 엄숙함이란 생각이 드네


3.


외로움 사람들의 눈물이 하늘로 올라가

눈이 되어 내려오는 밤이네

외로움에 둘러싸인 그대 성곽

단단한 빗장으로 고요한 그대 성곽 밑에서

나는 잠시 내가 지금 건너온 외로움의 연혁을 되돌아보네

지나온 길은 언제나 황혼빛이지

상처 자국마다 분홍 꽃잎을 달아주는 황혼의 따스한 손길이

내 박동을 진정시키네


4.


저 성곽의 삼엄한 경보장치를 뚫고

그대 모르게, 바람처럼

성곽을 빠져나올 한 외로움을 기다리는 일은 사뭇 비장하네

검은 망토자락을 휘날리며 달려나오는 그대 외로움과

천둥벌거숭이 내 외로움이 만나

두 손을 꼬옥 맞잡고

세상이 그윽하게 광야로 달려나가

성곽이 무너지게 얼싸안는 일,

광야 한복판

외로움의 장작불 괄게 지펴놓고

두 영혼의 횃불을 돌리며

내게 강 같은 평화

우리 샘솟는 기쁨 노래하는 거,

오만 오천 에이커에 덮인

비정하고 비정한 눈을 후르륵 녹여

내게 강 같은 평화 넘치네, 춤추는 밤의 혁명을 위하여

나는 지금 꿈의 봉화를 올리네

내 겉옷과 속옷을 벗어

그대 성곽 하늘 높이 봉화를 올리네


5.


오 저기 그대 외로움이 빠져나오네

할 말을 다하지 못하고 사는 넋이란 넋들이 삼지사방에서

아아아아.... 달려나오네

아~아~아~아~ 내가 달려나가네

벌거벗은 외로움이 와지끈 얼싸안고

혁명의 사다리를 올라가네


6.


그대 모르시게

벌거벗은 한 외로움과 다른 외로움이 만나

오만 오천 에이커의 벌판에 짜놓은 들비단을 보는가?

바람결에 들비단 흔들리는 모습 보는가?

쑥부쟁이 구엽초 당귀꽃 쥐똥오줌풀

바랭이 삐비꽃 바늘각시 원추리꽃

가람에 하늘비단 어리는 고요,

부드러운 혁명의 자궁을 보는가?


7.


눈 덮인 광야를 걷고 또 걸어

굳건한 그대 성곽을 바라보며

오만 오천 에이커의 외로움 허물고 나면

저기 어스름처럼 서 있는 죽음의 그림자,

인생의 설한인들 뭐 그리 대수랴

죽음이 다시는 두렵지 않네

부활의 아침이 그닥 멀지 않네


8.


대저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옷을 벗는 일이네

대저 혁명이란 무엇인가, 황야에 들비단 흔들리는 일이네

벌거벗은 두 몸에 하늘비단 굽이치는 모습 바라보는 아침에는

이별이 다시는 무섭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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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픔 저러하다 이름했습니다

-편지11

 

어제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그제도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그끄제도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미움을 지워내고

희망을 지워내고

매일 밤 그의 문에 당도했습니다

아시는지요, 그러나

그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완강한 거부의 몸짓이거나

무심한 무덤가의 잡풀 같은 열쇠 구멍 사이로

나는 그의 모습을 그리고 그리고

그리다 돌아서면 그뿐,

문 안에는 그가 잠들어 있고

문 밖에는 내가 오래 서 있으므로

말없는 어둠이 걸어나와

싸리꽃 울타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어디선가 모든 길이 흩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처음으로 하늘에게 술 한잔 권했습니다

하늘이 내게도 술 한잔 권했습니다

아시는지요, 그때

하늘에서 술비가 내렸습니다

술비 술술 내려 술강 이루니

아뿔사, 내 슬픔 저러하다 이름했습니다

아마 내일도 그에게 갈 것입니다

아마 모레도 그에게 갈 것입니다

열리지 않는 것은 문이 아니니

닫힌 문으로 나는 갈 것입니다

 

 

-고정희(지리산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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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푸름 2004-12-30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를 진정 사랑해본 적이 있다면 이 시를 읽고 통곡하지 않을까. 닫힌 문앞에서 하릴없이 서성거려 본 사람이라면 어둠이 안아주고 밤하늘이 말을 걸어 온다는 것을 알지 않을까.
 

서시


-고정희


 


제 삶의 무게 지고 산을 오르다


더는 오를 수 없는 봉우리에 주저앉아


철철 샘솟는 땀을 씻으면, 거기


내 삶의 무게 받아


능선에 푸르게 걸어주네, 산


 


이승의 서러움 지고 산을 오르다


열두 봉이 솟아 있는 서러움에 기대어


제 키만한 서러움 벗으면, 거기


내 서러운 짐 받아


열두 계곡 맑은 물로 흩어주네, 산산


 


쓸쓸한 나날들 지고 산을 오르다


산꽃 들꽃 어지러운 능선과 마주쳐


제 생애만한 쓸쓸함 묻으면, 거기


내 쓸쓸한 짐 받아


부드럽고 융융한 품 만들어주네, 산산산


 


저 역사의 물레에 혁명의 길을 잣듯


사람은 손잡아 서로 사랑의 길을 잣는 것일까


다시 넘어가야 할 산길에 서서


뼈 속까지 사무치는 그대 생각에 울면, 거기


내 사랑의 눈물 받아


눈부신 철쭉꽃밭 열어주네, 산, 산, 산


 


 


 


-요즘 등산교실에 입학하여 산을 공부하려 한다.


항상 멀리있던 산... 바라보이던 산... 과


함께 호흡하고 싶은 마음이 일렁인다.


산길에 오르면 많은 상념에 젖게 된다. 시인 고정희의 마지막이 산길이었듯이


시인의 시에는 산에 관한 시어와 관념이 많다.


그녀가 바라보는 산은 어떠했을까...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나에게도 산은...


가까이 갈 수 없었던,...


그리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담담한 고독과 실존만이 담겨 있는 산속의 시간과 공간...을


향해


더이상 늦지 않기 위해


이이상 견딜수없는 마음으로


다가서고자 한다.


 


-봄만 되면 병이 길다. 무엇이 날 이렇게 가슴뛰게 하는 것일까


이것이 아픔일까 고통일까 아님 그런 것들을 가장한 무엇... 충만, 사랑, 생명, 진실, 절실함, 순간들...


방에 갇혀 있어도 이 모든 공간이 봄기운으로 가득차 있다, 나는 피할 수 없다.


 


2004년4월9일 등산학교2주째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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