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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스페인 너는 자유다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이로써 손미나의 스페인, 파리, 페루 이야기를 모두 소장하게 되었다. 손미나의 책을 읽고, 그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시즌 1, 2를 모두 애청하고 있지만 나는 한 번도 그녀의 글과 말이 정보를 가리킨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의 이야기는 늘 조용하고 예쁜 음악같다. 다 읽고나면, 다 듣고나면 지도상의 어떤 경계를 넘어선 곳에 도착한 것 같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전작인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를 읽으면서 나는 그녀의 주변에 어쩜 그렇게 정답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것일까 궁금해 했던 적이 있다. 처음엔 그녀에게만 찾아드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점차 그녀에게 다소 차가운 파리지앵마저 녹이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꽤 근거 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밝은 성품,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 그녀가 스페인과 파리에서 동양인으로서 우여곡절을 겪는 그 과정마저도 조금 낭만적으로 느꼈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스페인과 파리는 언젠가 가볼 수도 있는 곳이었고 만약 가게 된다면 그녀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곳으로 그곳을 기억하고 돌아오고 싶다는 어떤 과제마저 생긴 터였다.

 

  그런데... 이번은... 페루는, 조금 달랐다.

 

  손미나 역시 이제 공영방송의 아나운서딱지를 좀 떼고 여행 작가, 소설가, 대안 언론지의 편집장, 인생 학교 교장에, 본인의 이름을 건 회사의 대표까지... ‘수퍼 우먼을 넘어서 원더 우먼의 이름을 붙여도 될 만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해내고 마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 모든 일들을 그녀가 얼마의 난이도로 헤쳐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얼마나 즐기고 있는가는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번만은... 페루 여행은, 좀 다른 느낌이었다. 시작부터 지금 이 여행이 결코 지난 다른 여행만큼 쉽지는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여행은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나는 지레 평생 죽을 때까지 이곳을 내 의지대로 가보는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스타일이자 동시에 삶의 태도이기도 한 가치관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전작들에 비해 사진은 훨씬 선명하고 다양해 졌고 페루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가 더욱 풍부하게 기록되어 있다.게다가 공유하고 싶은 지점들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QR코드로 인쇄해 두었기 때문에 사실은 다큐멘터리 한 편을 전사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다채로워진 여행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프롤로그를 이야기하고 싶다. 앞의 두 번의 여행 이야기에서도 그랬듯이 그녀가 왜 이 여행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지, 여행작가의 타이틀이 제법 자연스러워진 이 순간에도 그녀는 구미가 당겨 떠나는 여행자가 아니다. 심연에서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여행의 필요성과 여행지를 선택한다.

 

 표지는 비슷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그녀가 묻고 답한 것이 매번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을 하게 된 훨씬 더 개인적인 이유까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이번 여행의 주된 계기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었기 때문일까 페루에는우연’ ‘세렌디피티’ ‘기도’ ‘영적인 교감과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제목에 영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그녀가 진행했던 팟캐스트 제목인 ‘손미나의 여행사전(약칭, ...)’처럼 여행에서 손미나만이 정의할 수 있는 그런 의미와 표현들로 가득채워진 것만큼은 그녀의 모든 책에서 공통되게 드러나는 점이다.

 

  여행을 한 번이라도 떠나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이 구절을 쉽게 지나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가 인생 학교의 교장으로 있는 알랭 드 보통<공항에서 일주일을>의 구절을 빌렸다.

 

이상적인 여행사가 존재한다면

우리에게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묻기보다는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냐고 물어 볼 텐데.”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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