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 - 재미있고 유쾌하며 도발적인 그녀들의 안티에이징
김혜경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 순간부터 달력을 보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1주일처럼 빠르게 한 달이 지나가고, 또 한 달의 달리기 실력만큼 달려와 어느덧 10월이 되었다. 10월의 끝을 달리는 현재, 2009년을 돌아보며, ‘과연 올 한 해 계획했던 일들은 잘 마무리했는지?’에 대한 자문을 해보았다.  


2월 처음 입사했던 초심은 잃지 않고 착실히 업무에 임하고 있는지,
일주일에 3번은 빠지지 않고 운동하겠다던 약속은 지키고 있는지,
아침에 졸리 다는 핑계로 혹 알람을 끄고 달콤한 늦잠을 더 즐기진 않았는지,
가족에게 그 동안 못한 만큼 사랑은 베풀었는지,
주변에게 인색하지 않았는지,
빠지지 않고 성당에 나가 예수님께 죄를 고하였는지,
하나, 둘 각오했던 일들을 떠올려 그 동안의 나를 반추해보니, 얻은 것이 많은 시간이었다는 생각과 동시에 아직은 미흡한 내 모습을 보며 채찍질하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시간과 맞바꾼 노력의 결실로 꿈꾸던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 사회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리게 되고, 부여된 책임이 많아진 만큼 주변을 더 신경 써야 하는 것. 나이를 먹은 만큼 인생의 깊이는 더해간다.
수년간에 걸쳐 나를 완성해가는 과정. 나쁜 버릇쯤 있으면 어떠하랴. 그 또한 나인 것을.
시간이 흘러간다는 건, 그리고 나이를 먹어 간다는 건, 지나간 내 모습을 회상하며 기뻐하고 또 슬퍼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성장한 모습과 앞으로 더 발전하게 될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보는 것이야 말로 앞으로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진리란 생각이 든다.

나이 먹는다는 건 팽팽했던 피부와 풋사과 같이 상큼한 사랑과의 작별을 이야기하지만,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누군가의 격언처럼 내 진실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20세가 지난 이후부터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20세의 내 모습을 회상해보면,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맙고 더 멋진 30세가 되기 위해 오늘을 착실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하게 된다.

그래,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을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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