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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 돌봄 소설집 ㅣ 꿈꾸는돌 41
강석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4년 12월
평점 :
단편 소설의 매력이라면 질문을 던지고 여운을 남긴다.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남겨주는 셈이다. 7명의 작가가 함께 쓴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도 그렇다.
이 소설은 '돌봄'이라는 테마를 다룬 돌봄소설집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돌봄의 주인공들은 청소년들이다.

그렇다고해서 흔한 청소년이 돌봄의 주체가 되는 스토리처럼 어려움을 딛고 희망을 잃지않고 가장역할을 하면서 감동을 주는 그런 뻔한 이야기는 아니다.
7개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색깔로 서로 돌보고 돌봄을 받으며 성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야기속에서 아이들은 돌봄이 필요한 서로를 돌아보기도하고 (「녹색광선」,강석희), 나 스스로를 돌보고 지켜야한다(「낙원」, 김다노). 또 약자인 친구를 배려해준다고 하지만 실은 오히려 배려를 받고 있었을 수도 있고(「샤인머스캣의 시절」,백온유), 이름 붙은 관계가 아니어도 서로 걱정하고 지켜주면서 진짜 돌봄을 느낄 수도 있다(「바코드데이」,위해준). 또 나에 대해 잘 알아야 스스로를 돌볼 수도 있고(「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전앤), 돌봄노동자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귀여워지기로 했다」,최영희). 그리고 돌봄의 주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돌봄을 받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가방처럼」,황보나)
결국 돌봄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 마음을 내어주는 게 아닐까.
이제 돌봄은 단순히 한 사람, 두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돌봄노동의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아야하며, 서로서로 돌보고 돌봄 받는 연습을 전생애에 걸쳐서 해야한다.
돌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청소년 소설,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너의오른발은어디로가니 #돌봄소설집 #돌베개
사랑을 받고 싶었을 뿐이다. 더 많고 더 큰사랑을 - P21
반창고만 붙였을 뿐인데 덜 아픈 느낌이었다. 반창고는 원래 남이 붙여줘야 좋아. 그래야 빨리 낫거든. 그 말은 틀림없이 이모가 했던 것 - P25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엄마도 나를 사랑하기를 바랐다 - P64
"챙겨야할 사람이 있구나?" ... 삑삑, 바코드 인증 같은 게 없어도 본구는 혼자가 아니었다. - P134
제프가 내 인생에 등장한 지 며칠밖에 안됐는데 나는 벌써 어디 극기 훈련에 다녀온 느낌이었다. 내가 엄마 인생에 나타난 지 15년이나 되었다고 생각하니 엄마를 안아주고 싶어졌다. - P198
사람들은 내가 할머니를 돌본 덕이라고, 고맙다고들 했지만 사실은 할머니가 내내 나를 돌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버렸다. 자꾸만 부아가 치밀었고 아무래도 이 가칫한 감정 덩어리는 부끄러움이나 미안함의 질감이었다. 휴대폰과 카드 지갑만 달랑 들고 온 나는, 노트북 충전기를 어디에 넣어 갈까 고민하다가 할머니의 가방 하나를 가져가기로 했다. 풀잎이 자수로 도톰하게 새겨진 할머니의 작은 가방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들어갔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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