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정말 필요했던 시기에 결핍을 겪은 호정은 밖에서 친구들과는 잘 지내지만 가족과는 마음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그러나 꽁꽁얼어 붙은 호수에도 봄은 오고, 얼음은 녹는다. 그리고 그 얼음이 녹기시작할 때, 그때가 가장 위험하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아픔이 문득문득 떠오르고, 봉인되어있던 우울은 행동으로 드러난다.
호숫가에서 헤드폰을 쓰고 가족들과 멀어져서 외로움을 선택하는, 결국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터져버리는 호정을 보면서 나는 호정의 입장보다는 계속 미안하다는 호정의 엄마의 시선이 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제 나는 사춘기는 훨씬 지나서 그런 사춘기 딸을 가진 엄마라서 그랬나보다.
어린 시절, 사업이 망해서 불안해하는 호정이를 좀더 안심시켜줄걸, 밤에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고 일하는 곳까지 찾아와서 토하는 아이를 다시 삼촌에게 맡겨 할머니에게 돌려보내지 말걸, 친구들과 자랑스럽게 만두집에 찾아왔을 때 부끄러워하지말고 당당하게 만두도 주고, 음료수도 주고 그럴걸.
그리고 알아서 잘 하는 딸이라고, 날카로워진 딸의 눈치만 보고 있지말걸..
그 모든 결정에서 선택한 오답은 결국 호정이로 하여금 슬픔과 우울을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 가라 앉히고 울지않는 아이가 되게 하였다.
그래도 얼음으로 뒤덥인 호수에도 봄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