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천재 기찬이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13
김은의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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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자마다 단숨에 읽어버렸다.  

저학년 동화라 짧기도 했지만 기찬이의 기발한 상상력과 놀이에 매료되어 읽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었다.  

많은 저학년 동화를 읽어봤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알맞으면서도 즐겁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얼마 없었다.   

기찬이는 이런 나의 갈증을 확실하게 풀어주었다.  

조용하고, 용기도 없고, 모험을 즐길 줄 몰랐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엉뚱하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기찬이, 나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었을까?   

아마도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기찬이와 같은 모습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여주는 어른도 필요하다. 

아이들을 윽박지르고, 공부만 강요하고,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게 하는 어른들만 있다면 기찬이 같은 사랑스러운 아이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 나오는 기찬이의 부모와 어른들의 모습도 참 좋다. 기찬이와 함께 즐겁고 신나게 놀 수 있는 어른, 그런 어른이 많아져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앞으로도 이런 저학년 동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도 기찬이랑 거꾸로 놀이를 하고 싶다. 

!자하 이놀로꾸거 랑나, 아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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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도도군 - 2007년 제13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48
강정연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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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얼마나 건방지길래 이름까지 도도일까?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이었다. 이 책을 쓴 강정연 작가의 전작에도 기발하고 독특한 이름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재치 넘치는 이름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도도, 미미, 라라, 파파, 휘청거리, 거기다 도도의 주인인 '야'와 '그 인간'까지 캐릭터의 특성을 이름 하나만으로도 잘 표현해 내는 작가의 능력이 놀라웠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은 바로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애완견을 마치 무슨 액세서리 취급하며 함부로 버리기도 하고, 자신의 편의대로 성대수술과 중성화 수술을 마음대로 시키는 '야'와 그런 부인을 '야'라고 부르며 함부로 대하는 '그 인간'은 도도의 눈에 비친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다. 다소 과장된 면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엄연히 존재하는 우리들의 모습이라는 걸 감출 수는 없다. 반면 동물들을 가족처럼 여기며 하나의 개별적인 생명체로 존중해주는 '어머니'나 '상자 할머니' 또한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인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개들의 캐릭터가 다양하고 재미있게 그려진다. 그런 여러 캐릭터들 중에 단연 돋보이는 존재는 바로 주인공 '도도'다.
앞표지에 '브이'자를 그리며 떡 하니 앉아 있는 모습처럼 도도는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도도함을 잃지 않는 당당한 개다. 비록 이름의 진짜 뜻은 그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절대 기죽지 않는다. 그래서 건방져도 밉지 않는 사랑스런 캐릭터다.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주인에게 버려질 때까지만 해도 도도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개였다. 주인이 주는 대로 먹기만 하고 움직이기도 싫어하는 게으른 애완견일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도도는 이렇게 말한다. '난 한번도 주인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의 주인이었던 적도 없다. 그냥 난 나다.' 바로 그런 점이 도도가 다른 개들과 구별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도도는 자신의 동반자를 찾아 떠나는 힘겨운 모험을 감행할 수 있었던 거다.
힘든 고비를 겪기도 하지만 동반자의 관계를 넘어 가족을 발견하는 도도가 참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작가의 말처럼 도도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간의 필요보다 더 소중한 이해와 사랑을 '도도'도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은 건방진 '도도'가 당당한 '초롱이'가 되기까지의 모험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숨어 있는 더 많은 메세지를 발견하게 된다. 작은 개에 불과하지만 누구의 소유도 아니며 마땅히 존중 받아야할 생명체라는 것을 일깨워 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 치환시켜 읽어도 손색없을 도도의 자아찾기, 그리고 보청견에 대한 정보까지...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도도의 도도함과 재미있는 그림 덕분에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또 그런 메세지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유쾌, 발랄한 상상력으로 버무려낸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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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임의 비밀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6
로버트 오브라이언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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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소른 계곡'에서 새로운 문명의 흔적이 발견되어 세계 각국의 역사학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문명은 지금 우리가 쓰는 것과 비슷한 기계들을 사용했으며 척박한 땅을 일궈 농사를 짓고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그 규모는 작지만 매우 앞선 문명이었음이 틀림없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다가 가파른 바위투성이에다 가시덤불로 뒤덮여 있어 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명의 현장에서 000 뉴스 000 기자였습니다.>

이 책을 덮으며 제일 먼저 머리 속에 떠올려 본 생각이었다. 한창 유행하는 개그프로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냥 편하게 웃어 넘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지금쯤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곳에서 이런 뉴스를 보며 인간을 비웃고 있을 쥐들을 생각하니 오히려 두려운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다.

인간의 학습 능력 향상과 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니임(국립정신건강 연구소)에서 실험용으로 쓰이던 쥐들이 탈출을 계획한다.
저스틴, 니코데무스, 조나단 등은 실험 과정에서 익히게 된 글자를 이용해 우리 문을 열고는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주 철저한 계획과 사전 탐색으로 그 곳을 탈출하기에 이른다.
그들은 익힌 글자로 책을 읽게 되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기계들을 사용하게 되면서 문명을 이룰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상상의 세계일 뿐이지만 이 세계를 한 번 경험해 본 독자라면 이것을 쉽게 작가의 상상으로만 치부해 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건 아마도 개성 넘치는 쥐들의 캐릭터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하는 긴박한 사건 전개가 이 이야기를 현실처럼 느껴지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니임의 비밀'을 통해 바로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을 보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유쾌하고 재미있지만 작가의 경고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가볍지 않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의 것을 훔치지 않고 스스로 경작해서 살아가자는 쥐들의 발칙하고도 기특한 생각이 다시 한번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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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을 갖고 싶어 그림책 보물창고 11
바르브로 린드그렌 지음, 에바 에릭손 그림, 최선경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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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계산하거나 따지는 법이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이는대로 볼 뿐이다. 이 책에 나오는 율리아도 바로 그런 아이다.

율리아는 애완동물을 갖고 싶어하지만 엄마는 늘 아직은 안된다고 말한다. 그래도 율리아는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물을 구하러 직접 찾아나서기까지 한다. 왜냐하면 집 밖을 나가면 만날 수 있는 모든 동물들과 다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율리아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많은 친구들을 만난 기분이 든다. 아파트 주변을 자주 날아다니는 까마귀, 증기 기관차와 꼭 닮은 꼬마, 유모차를 타고 싶어하는 멍멍이(이건 율리아의 생각이긴 하지만), 그리고 딱정벌레까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율리아와 함께 하루종일 온 동네를 누비다 온 느낌이다.

율리아가 동물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 또한 인상 깊다.
딱정벌레가 죽으면 묻어주고 노래도 부르고 꽃도 심어 주겠다고 말하는 율리아에게는 죽음이란 것은 두렵거나 무서운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저 딱정벌레의 또 다른 모습으로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아닐까?

요약하자면 이 책은, 어린 아이의 작은 일상이 애완동물을 갖고 싶어하는 마음과 잘 연결되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딱 그 또래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앙증맞은 베개와 이불이 들어있는 빨간색 장난감 유모차를 끌고 애완동물을 찾아 종종거리며 온 동네를 누비는 율리아의 모습이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눈에 선하다. 그건 아마도, 창문마다 환하게 불을 밝히는 저녁엔 아파트들이 하루에 하나씩 열어 보는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 같다고 생각하는 율리아의 아름다운 마음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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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는 무엇을 들었을까? 그림책 보물창고 13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천미나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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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펼쳐볼 수 있다는 점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책을 통해 울창하고 장엄한 자연의 모습이나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환상의 세계, 때로는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마음까지도 상상해보는 즐거움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바로 '소리'를 상상하게 해준 것이다.

음악 선생님이자 마을 관악대의 단장이었던 아버지의 트럼펫 소리를 들으며 태어난 찰리는 주변의 온갖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다른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소리, 소음이라고 여기는 소리까지도 찰리는 귀를 기울인다. 결국 찰리는 자신의 인생을 채워주었던 그 수많은 소리들로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엔 그의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찰리의 노력으로 사람들은 비로소 마음을 열게 된다.

작은 것에 귀 기울이고 무심코 지나치는 하찮은 것들에 애정을 가졌기에 찰리는 훌륭한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온 세상 모든 소리를 한 곡의 음악에 담고자 했던 그의 소망이 이뤄지지 못하고 미완성으로 남았다니 참으로 아쉽다. 그의 마음 속에 있을 '우주 교향곡'은 과연 어떤 곡일지 궁금하다.

책을 읽으며 '소리'를 상상해 보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이 책을 읽게 될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마음을 열고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우리 마음 속의 귀가 활짝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찰리가 들었던 그 모든 소리도 듣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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