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소른 계곡'에서 새로운 문명의 흔적이 발견되어 세계 각국의 역사학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문명은 지금 우리가 쓰는 것과 비슷한 기계들을 사용했으며 척박한 땅을 일궈 농사를 짓고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그 규모는 작지만 매우 앞선 문명이었음이 틀림없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다가 가파른 바위투성이에다 가시덤불로 뒤덮여 있어 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명의 현장에서 000 뉴스 000 기자였습니다.>
이 책을 덮으며 제일 먼저 머리 속에 떠올려 본 생각이었다. 한창 유행하는 개그프로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냥 편하게 웃어 넘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지금쯤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곳에서 이런 뉴스를 보며 인간을 비웃고 있을 쥐들을 생각하니 오히려 두려운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다.
인간의 학습 능력 향상과 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니임(국립정신건강 연구소)에서 실험용으로 쓰이던 쥐들이 탈출을 계획한다. 저스틴, 니코데무스, 조나단 등은 실험 과정에서 익히게 된 글자를 이용해 우리 문을 열고는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주 철저한 계획과 사전 탐색으로 그 곳을 탈출하기에 이른다. 그들은 익힌 글자로 책을 읽게 되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기계들을 사용하게 되면서 문명을 이룰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상상의 세계일 뿐이지만 이 세계를 한 번 경험해 본 독자라면 이것을 쉽게 작가의 상상으로만 치부해 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건 아마도 개성 넘치는 쥐들의 캐릭터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하는 긴박한 사건 전개가 이 이야기를 현실처럼 느껴지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니임의 비밀'을 통해 바로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을 보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유쾌하고 재미있지만 작가의 경고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가볍지 않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의 것을 훔치지 않고 스스로 경작해서 살아가자는 쥐들의 발칙하고도 기특한 생각이 다시 한번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