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을 갖고 싶어 그림책 보물창고 11
바르브로 린드그렌 지음, 에바 에릭손 그림, 최선경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은 계산하거나 따지는 법이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이는대로 볼 뿐이다. 이 책에 나오는 율리아도 바로 그런 아이다.

율리아는 애완동물을 갖고 싶어하지만 엄마는 늘 아직은 안된다고 말한다. 그래도 율리아는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물을 구하러 직접 찾아나서기까지 한다. 왜냐하면 집 밖을 나가면 만날 수 있는 모든 동물들과 다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율리아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많은 친구들을 만난 기분이 든다. 아파트 주변을 자주 날아다니는 까마귀, 증기 기관차와 꼭 닮은 꼬마, 유모차를 타고 싶어하는 멍멍이(이건 율리아의 생각이긴 하지만), 그리고 딱정벌레까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율리아와 함께 하루종일 온 동네를 누비다 온 느낌이다.

율리아가 동물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 또한 인상 깊다.
딱정벌레가 죽으면 묻어주고 노래도 부르고 꽃도 심어 주겠다고 말하는 율리아에게는 죽음이란 것은 두렵거나 무서운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저 딱정벌레의 또 다른 모습으로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아닐까?

요약하자면 이 책은, 어린 아이의 작은 일상이 애완동물을 갖고 싶어하는 마음과 잘 연결되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딱 그 또래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앙증맞은 베개와 이불이 들어있는 빨간색 장난감 유모차를 끌고 애완동물을 찾아 종종거리며 온 동네를 누비는 율리아의 모습이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눈에 선하다. 그건 아마도, 창문마다 환하게 불을 밝히는 저녁엔 아파트들이 하루에 하나씩 열어 보는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 같다고 생각하는 율리아의 아름다운 마음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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