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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쥐스킨트는 세상과 떨어져 있다. 떨어진 냉소가 보인다. 민감하지도 둔감하지도 않게 적당하게 떨어져 있다. 그의 스토리텔링은 상징적이지만 허무하다. 무릎을 딱 치면서도 이상하게 개운치 않다. 나의 삶이 체스 거장 '쟝'과 같은 헛된 신중함으로 점칠되어 그런가. 자발적으로 둔감해지는 삶이다. '18세기부터 이 우주는 계속 조개화 되어왔다.' 좀머씨 말처럼 그래도 제발 그대로 내 버려두자. 심각하게 느낄 건 없다. 단지 나는 내 삶을 변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문학의 건망증'에 대한 소품을 추천하고 싶다. <너는 이 무서운 건망증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나는 생각한다. 있는 힘을 다해 레테의 물살을 버티어 내야 한다. 허둥지둥 글 속에 빠져 들지 말고, 분명하고 비판적인 의식으로 그 위에 군림해서 발췌하고 메모하고 기억력 훈련을 쌓아야 한다> 아쉽게도 이는 냉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