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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무리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삶의 경건함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책..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홀로사는 즐거움'을 낸후 4년 6개월만에 펴내는 새로운 산문집이다. '홀로사는 즐거움'을 읽으며 가슴에 담고 배우려 했는데.. 벌써 4년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여전히 녹슬지 않는 삶을 실천하시고 노년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시는 삶이 책 속에 진실되게 담겨있다.
"내 삶을 이루는 소박한 행복 세가지는 스승이자 벗인 책 몇권, 나의 일 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 길러다 마시는 차 한잔이다." 2008.. 법정스님의 손과 찻잔과 안경
소박한 행복을 사랑하시는 스님의 책을 읽고 있는면.. 고요하고 맑은 산중에서 숲공기를 맡고 있는듯..가슴이 평온해지고 맑아진다.
11월 숲은 성글다. 물든 잎들이 지고 가지와 줄기가 듬성듬성 제 모습을 드러낸다. 뜰에 찬 그늘이 내리는 이 무렵이 겉으로는 좀 쓸쓸한 듯 하지만 안으로는 중심이 잡히는 아늑하고 따뜻한 계절이다. 가을 하늘 처럼 투명하고 한가로움과 고요로 차분해진 산중은 그 어느 때보다 산중답다. 숲은 안식과 치유의 장소 이 투명함과 한가로움과 고요가 안식과 치유의 기능을 한다.
한편의 너무도 아름다운 시를 읽는 듯..서문을 읽으면서 부터 안으로 중심이 잡히는 지혜의 숲에 들어온 기분이다. 내가 사는 이 곳은 나무도 그다지 많지 않은 동네인데... 이 책을 읽으며 안식과 치유의 장소인 투명한 숲에서 고요를 즐기고 있는것 같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여야 한다.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아름다운 마무리'를 대표하는 글이며 책 속에서 반복되어지는 글이기도 하다. '지금 이 곳에서 깨어있음'.... 요즘 내 자신 또한 지키려 노력하는 일 중 하나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서두름으로 지금의 행복을 바라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습관이 너무 싫어 깨서 있으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스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표정과 삶이 한결 같다던 어떤 수행자 처럼.. 서있을 때는 서있고, 걸을때는 걷고, 앉아 있을 때는 앉아 있고 음식을 먹을 때는 그저 먹도록......... 걸을 때 이미 마음이 목적지에 가있지 말고 말이다.^^
이 산문집은 크게 5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물론 모두 연관되어있는 스님의 지혜로은 글들이지만 말이다.[ 병상에서 배우다./ 놓아두고 가기./ 지금이 바로 그때./ 녹슬지 않는 삶./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이다. 그 중 기억나는 좋은 말씀 몇 가지는..
스님의 글에는 언제나 무소유에 관한 철학이 담겨 있다. 읽을 때 마다 반성하지만...번번히 생기는 물욕...ㅠㅠ 스님이 즐겨 마시는 차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때면 무소유를 생각하다가도 다기와 녹차를 충동구매하게끔 만들 정도로 운치가 있다.
p25 아름다운 마무리는 스스로 가난과 간소함을 선택한다. 맑은 가난과 간소함으로 자신을 정신적 궁핍으로부터 바로 세우고 소유의 비좁은 감옥으로부터 해방시킨다.
p71 모자랄까 봐 미리 준비해 쌓아 두는 그 마음이 곧 결핍 아니겠는가. 그들은(글 속 아프리카 추장, 인디언) 그날그날의 삶을 즐길 줄 알았다..... 필요이상의 것을 그들은 원치 않았다.
p204 넘치는 물량 공세가 우리 정신을 병들게 한다. 그 많은 것을 차지하고서도 고마워하거나 만족할 줄을 모른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에 정신과 눈을 파느라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여유마저 잃어가고 있다.
또한 곳곳에 스며있는 '책'에 대한 스님의 생각도 '아름다운 마무리' 통해 들을 수 있었다.
p83 세상에 책은 돌자갈처럼 흔하다. 그 돌자갈 속에서 보석을 찾아야 한다. 그 보석을 만나야 자신을 보다 깊게 만들 수 있다.
p120 좋은 책은 세월이 결정한다. 읽을 때마다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책. 잠든 내 영혼을 불러일으켜 삶의 의미와 기쁨을 안겨 주는 그런 책은 그 수명이 길다.
p238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칫 빠져들기 쉬운 것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에 읽히는 경우이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책이 나를 읽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객이 뒤바뀌어 책을 읽는 의미가 전혀 없다.
삶에 녹이 슬지 않게 하려고 항상 배우고 익히며 탐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차를 마시기 위해 옹달샘에서 달을 한바가지 떠와 물 병을 기울여 다로의 차관에 부으며 가을밤 산중의 그윽한 풍류를 즐기고, 조그만 오두막에서 간소한 삶을 살며 차와 책과 음악만을 곁에 두고 너무도 고마워하며 행복해 하시는 분...... 이렇게 투명한 영혼을 지니고 맑게 쓰여진 스님의 에세이를 읽으니 내 삶 또한 맑아지는 기분이다.^^
숲에 서있는 자작나무를 보면 너무 반갑고 달과 꽃을 보는것이 좋으니 난 아직 감성이 무뎌지지는 않았나 보다. 넋을 잃고 텔레비젼을 보며 죽은 뇌를 지니고 하루를 허물어 버리지 말아야겠다... 감각을 지니고 깨어서 지금 이 순간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새로운 삶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