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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풀꽃도 꽃이다 - 전2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평점 :
특별한 소개가 없어도, 특별한 추천사가 없어도 믿고 볼 수 있는,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꼭 봐야하는 책들만을 써내는 우리나라 대표 작가 조정래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신간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 여름, 강남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뜨거운 해볕을 피하기 위해 잠시 들른 교보에서 책 발간 이벤트를 하는 것을 보면서 조만간 봐야지 했었는데, 어느 날 집에 가보니 집 사람이 책을 사왔다. 그래서 남들보다 이틀이 더 많은 농사꾼의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후다닥 읽었다. 워낙 최근의 조정래 작각의 책들은 글꼴이 크고, 문단 띄어 쓰기도 널직널직해 두 권으로 구성된 책이지만, 아주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책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을 가진 책일까 생각하면서 제목 그대로 한국의 자연, 한국의 들꽃에 대한 책인가 보다 생각했었다. 아마도 요즘 내 머리 속에 산과 나무 그리고 식물에 대한 많은 생각이 차지하고 있었기에 그런 생각을 했을듯 싶다. 책을 읽기 전까지 이 책이 무엇을 소재로 한 것인지, 책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조정래 소설이기에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는 내내 실망 아닌 실망을 했다.
이 책은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 솔직하게 써 낸 허구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현실과 같은 소설이다. 그리고 등장 인물의 이름이나 특정 장소 등만 허구일뿐 그 외 모든 것은 어제도 일어났고, 오늘도 벌어지고 있고, 지금 현재도 바로 내 옆에서 거짓말처럼 벌어지고 있는 한국 교육의 적나라한 모습을 과장 없이 쓴 책이다. 이제 두 자녀 모두 20살이 넘어 나에게는 이미 지나 버린 이야기들이지만 현재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는 반드시 읽어야할 필독서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자녀들이 자랄 때 모습을 뒤돌아 보면 나는 어떠했나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도 다른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는 아들의 모습이 자꾸 머리에 떠올라 가슴 아프기도 했다. 어쨌든 이 소설은 조정래 작가의 특유의 필체와 문장으로 아주 쉽게 우리 나라 교육 현실을 까발린 최고의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소설이라기보다는 학습서나 지침서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자신을 보수라고 표방하는 사람들이나, 전교조나 참교육이라는 것을 북쪽에 있는 어떤 사람들과 동일 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은 불온하며, 때에 따라서는 금서가 될 수도 있는 책이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 이 책은 진보 교육감을 뽑기 위한 일부 정치 세력의 사전 선거 운동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로서는 내용적으로 아주 통쾌하고,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다라는 측면에서는 많이 아쉬운 책이다. 태백산맥과 한강 등 조정래의 대하 소설을 박진감있고, 가슴 떨며 보았던 나로서는 정글만리에 이어 이번 소설은 마치 교양 도서를 읽는 착각을 빠지게 했다. 어떨 때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을 읽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기도 했다.
즉 내가 원했던 소설 특유의 박진감이나 긴박감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소설은 꼭 이러해야 한다라는 규칙은 없다. 그리고 문학을 통해 대중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은 작가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그리고 통상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소설같은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많이 실망을 가져다 준 작품이다. 점수는 79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