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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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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내 취향이 아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아주 오래전, 우연히 책장에 꽂혀 있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었다. 아마도 딸이나 아내가 사다 놓은 모양이다. 아내가 좋다는 말에 그냥 읽었었다.

그러나 채 20페이지도 읽지 못하고, 나는 책을 덮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암울함이 싫었다. 그런데 최근 내가 즐겨 듣는 빨간책방에서 이 책을 리뷰했었다. 그래서 숙제를 하듯 다시 읽어 보려고 했지만 여전히 이 책을 읽기는 버거웠다. 아름답고, 섬세한 문장을 구사하는 코맥 매카시의 책이라고 권하고 싶다는 빨간책방의 말에도 쉽사리 이 책에 빠져들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보면 섬세하고, 적나라한 문장으로 인해 저자가 써 내려 가는 암울하고, 어둡고, 칙칙한 책 속의 세상이 나의 머리에 너무 선명하게 떠올라 읽기가 더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어렵게, 어렵게 몹시 어렵게 이 책을 모두 읽었다. 하지만 남들만큼 감동적이지도 남들만큼 아름답고, 섬세한 문장으로 인한 감동이 나에게는 다가오지 않았다. 아마도, 저자의 수준이나 번역가의 능력 문제는 아닐 것이고, 아직 나의 독서 수준이 미국 4대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얘기하는 저자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요즘은 가끔 빨간책방을 듣다 보면 나의 미천한 책을 읽기 수준에 좌절을 느끼고는 한다. 남들은 익히 아는 작가나 소설을 나는 생전 처음 듣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좌절할 수는 없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지 않았나? 한동안 책을 읽지 못했는데, 이 책을 어렵게 어렵게 읽으므로 해서 다시 독서를 시작할 수 있었다. 독서의 계절은 가고, 이제 추운 겨울이 오는데, 이 겨울에 책이나 많이 읽어야겠다. 가능하면 밝은 책으로. 점수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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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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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보름 전에 읽은 책이라 책의 내용이 조금씩 기억에서 흐려져 가고 있다. 더구나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은 저만치 떠난 버스를 잡아 보려 흔드는 손처럼, 책 내용을 떠올려 감정도 함께 떠올리려 해보지만 먼지만 휘날리며 모퉁이를 돌아서 버리는 버스처럼 감정도 저 멀리 떠나 버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날리는 버스의 흙먼지처럼 아직도 희미한 여운은 내 가슴 속에 남아 맴돌고 있다.

  

근래에 하루키 책을 너무 자주 읽어서 누가 보면 나를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혈 팬이나, 하루키를 연구하는 연구생으로 착각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자꾸 하루키의 책이 내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이 책은 오랜만에 갔던 황학동 헌책방 책장 구석에 3천 원이라는 가격표를 등 뒤에 붙이고 있던 것을 싼 가격이고, 하루키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게 되었다. 



내게 제목이 생소한 하루키의 소설은 어떨까 하는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루키의 책치고는 참 착한 책이다. 사실 책 내용이 착한 것인지 내가 요즘 자루 하루키의 책을 읽다보니 착해 보이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이 책은 다른 하루키의 책보다 읽기 무척 쉽다. 하나의 소설임에도 3명의 주인공과 여인의 3개의 에피스드로  구성되어진 것처럼 느껴져 읽기도 쉽고, 재미도 있다. 

사람에게는 자신이 꾸는 꿈과 이상, 그리고 못다한 사랑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 특히 비록 첫 눈에 반하지는 않았어도, 나와 너무나도 잘 맞듯한 사람과 운명 같고, 영원한 사랑을 꿈꾸곤 한다. 특히 현실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더욱이 더 큰 문제는 그러한 꿈과 이상 그리고 이상적으로 꿈꾸는 사랑에 대한 열망은 나만이 아니라 지금 나와 같이 살거나 나와 사귀고 있는 상대에게도 똑같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현실 모습은 비록 부족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며, 양보하고, 그래서 서로가 맞혀가며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말하는 것 같다. 책 점수는 9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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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풀꽃도 꽃이다 - 전2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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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소개가 없어도, 특별한 추천사가 없어도 믿고 볼 수 있는,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꼭 봐야하는 책들만을 써내는 우리나라 대표 작가 조정래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신간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 여름, 강남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뜨거운 해볕을 피하기 위해 잠시 들른 교보에서 책 발간 이벤트를 하는 것을 보면서 조만간 봐야지 했었는데, 어느 날 집에 가보니 집 사람이 책을 사왔다. 그래서 남들보다 이틀이 더 많은 농사꾼의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후다닥 읽었다. 워낙 최근의 조정래 작각의 책들은 글꼴이 크고, 문단 띄어 쓰기도 널직널직해 두 권으로 구성된 책이지만, 아주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책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을 가진 책일까 생각하면서 제목 그대로 한국의 자연, 한국의 들꽃에 대한 책인가 보다 생각했었다. 아마도 요즘 내 머리 속에 산과 나무 그리고 식물에 대한 많은 생각이 차지하고 있었기에 그런 생각을 했을듯 싶다. 책을 읽기 전까지 이 책이 무엇을 소재로 한 것인지, 책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조정래 소설이기에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는 내내 실망 아닌 실망을 했다.



이 책은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 솔직하게 써 낸 허구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현실과 같은 소설이다. 그리고 등장 인물의 이름이나 특정 장소 등만 허구일뿐 그 외 모든 것은 어제도 일어났고, 오늘도 벌어지고 있고, 지금 현재도 바로 내 옆에서 거짓말처럼 벌어지고 있는 한국 교육의 적나라한 모습을 과장 없이 쓴 책이다. 이제 두 자녀 모두 20살이 넘어 나에게는 이미 지나 버린 이야기들이지만 현재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는 반드시 읽어야할 필독서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자녀들이 자랄 때 모습을 뒤돌아 보면 나는 어떠했나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도 다른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는 아들의 모습이 자꾸 머리에 떠올라 가슴 아프기도 했다. 어쨌든 이 소설은 조정래 작가의 특유의 필체와 문장으로 아주 쉽게 우리 나라 교육 현실을 까발린 최고의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소설이라기보다는 학습서나 지침서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자신을 보수라고 표방하는 사람들이나, 전교조나 참교육이라는 것을 북쪽에 있는 어떤 사람들과 동일 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은 불온하며, 때에 따라서는 금서가 될 수도 있는 책이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 이 책은 진보 교육감을 뽑기 위한 일부 정치 세력의 사전 선거 운동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로서는 내용적으로 아주 통쾌하고,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다라는 측면에서는 많이 아쉬운 책이다. 태백산맥과 한강 등 조정래의 대하 소설을 박진감있고, 가슴 떨며 보았던 나로서는 정글만리에 이어 이번 소설은 마치 교양 도서를 읽는 착각을 빠지게 했다. 어떨 때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을 읽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기도 했다.


 즉 내가 원했던 소설 특유의 박진감이나 긴박감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소설은 꼭 이러해야 한다라는 규칙은 없다. 그리고 문학을 통해 대중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은 작가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그리고 통상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소설같은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많이 실망을 가져다 준 작품이다. 점수는 7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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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정
조너선 프랜즌 지음, 김시현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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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어느 노인정에서 할머니들께 물은 이 질문에 가장 호응을 얻은 대답은 "영감이 죽고, 딱 5년만 더 사는거야!"라고 한 말이었다고 한다.

이 책의 결말은 아마도 이 대답이 가장 어울릴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보면 부부간의 관계, 부모 자식간의 관계, 고부간의 관계 이런 가족 사이의 문제는 서양이나 동양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TV와 영화에서 보아온 미국 중산층 가족의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일 뿐이고, 현실은 우리와 너무나 같아 깜짝 놀라게된다. 특히 추석을 얼마남기지 않은 요즘 더 실감이 나게 다가온다. 

이 책 역시 빨간책방 방송을 통해 추천을 받아 읽게 되었다. 7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분량이 나를 주눅들게 했고,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이라 보름간의 대출 기간은 빨리 읽으라는 말 없는 압박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만큼 책이 재미있다. 그리고 각 인물별로 장이 나눠져 있어서 읽기가 한결 편한다. 하지만 미국에 있을 법한 일부 표현은 읽는데 약간의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외국 소설을 읽다보면 어쩔 수 없이 겪는 어려움일 것이다.

작가 조너선 프랜즈는 처음 접하는 작가이지만, 읽을수록 고래를 쓴 천명관 작가가 떠오른다. 



원문이 그런 것인지 번역이 그렇게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번역도 쾌 잘되어있는 것 같았다. 하여튼 여러가지 면에서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 없는 아니, 우리와 똑같은 미국의 가족 관계, 명절 지내기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점수는 9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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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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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말로 남자들의 이상형은 낯선 여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많은 남자들의 심리 상태를 단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그리고 결혼을 한 유부남들에게는 자신의 부인을 제외한 모든 여자가 낯선 여자들이다. 

이 책은 '용의자 X의 헌신'을 쓴 작가의 또 다른 추리 소설이다. 말이 추리 소설이지 긴장감이 넘치거나 서스펜스, 스릴러한 분위기의 책은 아니다. 오히려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로맨스를 꿈꾸는 남자 즉, 바람 피우는 남자의 심리적 상태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아주 세밀하게 잘 써 나간 책이다. 혹시 저자가 바람을 많이 펴 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읽기는 아주 쉽다. 이틀만에 모두 읽었다.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지만 아주 쉽게 글이 쓰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이 잘 되었는지도 모른다. 번역자는 일본어 소설 번역을 많이 하는 양억관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외도가  외도(바람)를 하는 당사자는 즐거움 또는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르지만, 남겨진 다른 상대에게는 그 어느 것보다 강한 폭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자꾸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 외에 다른 사람에게 눈길이 간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당신이 만일 지금의 상대를 사랑한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절대로 다른 곳에 눈길을 주지 못할 것이며, 만일 그래도 딴 마음이 든다면 지금의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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