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니까 참 좋다
조제트 모스바커 / 디자인하우스 / 1995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좋아서 책을 뒤적거리다가 자신감 넘치는 문체 때문에 호기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여성으로서 불합리한 조건을 한탄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울지언정 어머니와 할머니의 사랑과 가정 교육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헤치고 나올 수 있는 강하고 의연한 여성으로서 길러진 듯한 말투도 좋았다.

그러나 책을 한 챕터씩 읽어가면서 그녀 식의 자기 미화에 내가 속아 넘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부유하고 능력있으면 유부남이어도 상관없었던 그녀의 세 번의 결혼, 그녀가 어떻게 꾸준히 공부해왔고 현장에서 배웠는가에 대한 내용은 극히 적고 그녀는 자신이 사랑이 아니라 경제적 조건을 보고 남자를 선택해 왔던 지난 날을 후회하면서도 결국은 돈도 많고 사랑할 수 있는 남자를 또 찾았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는 하물며 그녀가 '라프레리'로 성공한 이유에 대해 'The Law of Resources'으로 간주해 '당신은 돈과 결혼할 수 있다'고 까지 예를 들기도 했다. 그러니까 당시 상무장관인 남편과 결혼해 그의 인맥으로 '라프레리'를 성공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자서전 격인 이 책에서는 사랑의 힘으로 세 번째 남편을 선택했으며, 그녀 자신의 힘으로 투자자를 모으고 화장품 회사를 매입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을 내놓은 것 역시 그녀 자신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잡지처럼 미국에 사는 그녀의 뒷 얘기를 시시콜콜 내가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 사회에서 내려진 그녀의 평가가 정당한 것인지 아니면 남편 잘 만난 여자가 그동안의 자신의 삶을 미화하기 위한 의도로 내놓은 책인지도 솔직히 분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누구의 삶이나 그렇듯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 그녀에게는 결혼도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었고, 그 환경을 긍정적으로 취해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었다. 자수성가하여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고자 노력하는 방식보다 분명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소시민의 딸로 태어나 가진 자들만의 상류사회로 들어가 그들의 문화와 자금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렸다.

또한 자신의 외모에 장점과 단점을 가진 평범한 여성들에게 장점을 살려 화장을 해볼 것과 비싸지 않아도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하도록 권유한다. 우울하게 주어진 상황에 맞춰 마지못해 사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개척할 것을 권유한다. 물론 외모 꾸미기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허영에 들떠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쩜 그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명품을 살돈은 없었지만 어릴적부터 명품을 보는 눈을 길러주었던 그녀의 어머니 또한 현재의 그녀를 만들었을 것이다.

나와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신데렐라가 되었을 때 그 순간을 활용할 수 있었던 영리한 그녀를 비난하고만 싶지는 않다. 상류층 사람들이 쉽게 번 돈 그렇게 쉽게 나눠 가지겠다는데 그게 뭐 나쁜가 말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어쩐지 '여자니까 참 좋다'라는 제목은 그녀를 안스럽게 만든다.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지 않은 채 좀더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건 좀더 멋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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