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드 닭 에펠탑에서 번지 점프하다 - 이우일의 303일 동안의 신혼여행 1
이우일 외 / 디자인하우스 / 1999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을 하지 않고 여행기를 읽는 건 참 재미없는 일일 수도 있다. 부럽기나 하고 아무리 그래도 사진 속의 유적지들이 생생하게 다가올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생스럽게 헤매며 때로 사기당하며 낯선 거리에 떨어져 더러운 호텔방을 전전하면서도 즐거움을 찾는 그들의 여행은 정말 유쾌하고 따뜻했다. 너무나 친숙하여 나도 모르게 덩달아 다리가 아프고 함께 지치고 낯선 풍경들에 놀라며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남편이 그린 일러스트와 부인이 쓴 여행기를 함께 읽는 맛이라니..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 나는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앞 표지에 실린 그들의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특히 이우일의 일러스트로 표현된 귀엽고 독특한 부부의 모습은 만화책만큼 재미있어서 나는 순서대로 읽는 것을 참지 못하고 몇 페이지씩 앞서 만화만 먼저 읽기도 했다. 원색의 사진이 게재된 여행기는 흔하지만 이렇게 일러스트로 눈앞에 본 듯 풀이하여 그려내어 소개하는 유적지도 재미있었고, 이우일의 눈을 통해 본 반쯤 삐딱한 일러스트는 쿡쿡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대책없이 사고싶은 것들이 독특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무덤덤하게 잘 수 있는 아내와 큰소리는 치지만 아이같기만 한 천진난만한 남편, 그들 부부가 오랫동안 알고 온 사람들처럼 다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낯선 곳에서 만난 각지의 사람들과의 우정이야기는 뭐, 여행기에서 흔히 나올 법한 뻔한 이야기지만 만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솔직하여 재미있었고 여행지에서 더 돈독해진 그들의 우정같은 사랑이야기를 엿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어디도 가지 못해 일상에 잡혀 사는 사람들에게 귀엽고 즐거운 부부의 여행기를 뒤쫒는 것만으로도 책읽기가 마음 따뜻한 여행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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