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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자이너 모놀로그
이브 엔슬러 지음, 류숙렬 옮김 / 북하우스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어느 곳엔가 소속감을 느낄 때 사람은 안도하게 마련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한 사람의 여성임에 안도했다.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문제들로 혼자 고민해야 하는 여성이 아니라 서로 감싸 안아주고 자기 자신을 찾도록 도와주며 함께 어려움을 해결해나가고 터전을 마련해나가는 당당한 여성들의 무리에서 나는 함께 빙긋 웃었다.
연극을 놓치고 책으로 만났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터미널에 앉아서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는데 사실 처음엔 옆에 앉은 다른 사람들이 책 내용을 오해하여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책을 슬그머니 가리고 읽었다. 하지만 반복해서 은밀하다고 생각했던 단어와 마주치면서 나는 세계 각국의 여성들이 겪어온 부당한 일들에 함께 분노했으며, 수치스럽고 억눌려왔던 여성들의 욕망이 자유로와지는 순간 웃을 수 있었다.
인간으로서 여성은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으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할 자유가 있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왜 공공연한 진리가 배제되어 온 것일까. 감히 딴지 걸지 못하는 사실들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온 것만으로도 이 책은 유쾌하다.
'버지니아'에 옷을 입히고 '버지니아'를 향해 귀를 기울여 얘기를 듣고, 여성들이기에 할 수 있는 자유롭고 즐거운 상상들로 버지니아가 더이상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소중히 하고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것도 이 책의 힘이다. 또한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폭력을 당하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여성의 성이 주체성을 지니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환기시켜준다.
인간적으로 여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남자들을 위한 책이며, 억압된 사회구조에서 자신의 몸, 자신의 의지, 바로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했던 여성들을 위한 책이다.
두려움없이 당당해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