뽈랄라 대행진
현태준 지음 / 안그라픽스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회사의 디자인 팀장의 책상 위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고 만화를 몇 개 읽었을 때 지나치게 솔직하고 엽기스러운 책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사진과 일러스트, 만화 등 다양한 구성과 색다른 속지와 촌스러운 분위기를 의도한 듯한 폰트 등으로 산만하게 도배한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읽게 되었다.

포르노를 비롯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회'의 잣대로 봤을 때 더럽고 비겁하고 유치하고 남부끄럽고 어처구니없다고 여겨질 수 있는 소재들을 까발리기 시작해서 처음 책을 둘러보기 시작할 때는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자신의 편견에 사로잡혀 '원래 다 그런거야' 하는 식의 자포자기식 발상과 내용 전개가 어쩐지 세상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갖춘 채 궁시렁대는 사람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끝까지 읽으면서 뒹굴뒹굴 놀기 좋아하고 쉬엄쉬엄 세상을 두리번거리며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고, 엄숙하고 근엄한 척하는 세상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솔직한 어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시절 일기를 보면 교훈적으로 일기의 마무리를 하거나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일기에 마저 내숭을 떠는 등 소심하여 자신마저 속이는 어린시절을 보냈다면, 지금은 자신의 위상을 떨어뜨릴 지도 모르는 글을 책으로 발간하기 까지 하면서 거침없이 자신을 뒤집어 보이고, 세상을 향해 조롱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솔직한 어른이 된 듯 했다.

탕수육과 제육볶음에 환장하며, 코후비는 취미를 가지고 있고, 예쁜 여자보면 침 질질 흘리며는 아저씨는 사실 별로 정이 가지 않지만(^^;) 어슬렁거리며 아무 버스나 타고 모르는 동네의 초등학교 문방구를 전전하며 조립식이나 촌스럽지만 희귀한 우리나라 장난감을 구해내고는 행복해하는 모습은 귀엽고, 낯선 동네의 음식점을 겉모습만 보고도 맛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사진 예시와 함께 설명하는 모습은 정말 날카롭다. 소심한 인간들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비겁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여러가지 노하우도 소개하고 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그의 말처럼 정말 어린이회관은 다시 부흥되었으면 좋겠다(현재는 땅값이 아깝다)

여러 일러스트로 세상을 향해 비아냥 거리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그의 시선을 볼 수 있는데 <톡톡튀는 신세대 작가가 되고 싶은 방법>에 대한 소개도 정말 재미있었다.
가)신세대 작가는 말투부터 다르다- 약간 더듬거리며 말해야 한다/혓바닥을 굴려야 한다/감탄사도 기왕이면 세련될 걸로/대화시엔 항상 헛소리를 해야 한다.
나) 신세대 작가는 행동이 참으로 특이하다- 인사를 할 때는 과감히 껴안아본다/웃어른을 만나면 수줍게 인사한다/남들과 항상 거꾸로 행동한다/상대방을 헷깔리게해 나의 정체를 눈치못채게 한다
다) 신세대 작가는 옷차림으로 말한다-이건 일러스트 그림으로 봐야 한다. 음하하하
라) 신세대 작가의작품은 미스테리여야 한다

걱정거리를 잊게 해주고 죽고 싶은 마음을 없어지게 해주는 취미 선택방법의 조건도 익히 아는 얘기지만 취미 생활로 참 행복하고 여유있게 사는 현태준을 보며 다시금 든 생각이기에 그 방법을 옮겨볼까 한다. 돈이 많이 드는 것,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만 피하면 즐겁고 재미있는 취미를 될 거란다. 정말 그런 취미 하나쯤 있다면 정말 살만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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